물 위에서 자다 깨어보니

 

 김기택


배 위에서 잠이 들었다.
바람소리에도 흔들렸고 물소리에도 흔들렸다.
망망대해 나 혼자였지만
물소리 바람소리 사방에서 소란스러웠다.
오래 전부터 들어온 소리처럼 편안하였다.
바다처럼 커다란 아가미로 숨쉬었다.
출렁거리는 들숨 날숨마다
무수한 햇빛 방울이 다닥다닥 달려 있었다.

갑자기 파도가 커지고 높아지더니
배가 한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중심을 잃고 물에 빠지고 말았다.
눈을 떠보니 전동차 안이었다.
빽빽한 사람들 사이에 낀 채 서 있었다.
나는 선 채로 허우적거리고 있었고
사람들은 모두 거친 파도소리를 내며
급제동으로 쓰러진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       *       *

 

악무한, 의 

악몽

부디, 잠에서

깨,

.......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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