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남몰래 울던 밤을 기억하라 

 

김 경주

 

 

아마 그는 그 밤에 아무도 몰래 울곤 했을 것이다 

 

어느 시인은 세상에 어느 누구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고 말했지만

세상은 이제 그가 조용히 울던 그 밤을 기억하려 한다 

 

어둠 속에서 조용히 흐느껴본 자들은 안다

자신이 지금 울면서 배웅하고 있는 것은

아무도 보지 못하는 자신의 울음이라는 사실을 

 

이 울음으로

나는 지금 어딘가에서 내 눈 속을 들여다보는 자들의 밤을

마중 나가고 있다고 

 

그리고 나는 아주 오랫동안

이 밤을 기억하기 위해 애쓰고 있을 것이라고 

 

아마 그는 자신의 그 밤을 떠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끝없는 약속을 하곤 했을 것이다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잊지 않기 위해

나는 살았다고

세상은 마중과 배웅의 사이에 있는

무수한 주소들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있다고 

 

우리는 그가 조용히 이불을 들추고 일어나

흐느꼈던 그 밤을 기억해야 한다

배웅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선

입을 틀어막고 울어본 자들이

더 많이 필요한 세상에 

 

그 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는 시간이 올 것이다

 

[# 이 시는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고 노무현 추모시입니다.]

 

*       *       *

 

몇 날 며칠 무능에 빙의되어 허위적대고 있습니다.

아픈 이들 찾아와 절절히 호소해도 허깨비가 그 말을 듣습니다.

그 정도를 가지고 뭐 그리 엄살이냐 싶어 시큰둥해집니다. 

손가락 없어지도록 벽을 긁으며,

손이 으스러지도록 창을 두들기며, 죽어간

아이들 영혼이 톱날 되어 제 심장을 켜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문득 이 시가 떠올랐습니다.

깊은 은유가 일어났습니다.

읽고 또 읽으며 지난 몇 해의 세월, 

거기 떠밀려 생사를 오간 기억들에 잠깁니다.

더는 죽지 못할 그 시각을 향해 내 시간을 뿌리며 살아가기 위해

더는 흘리지 못할 그 눈물을 흘리면서 말입니다.

부디 아이들이, 저 아이들이, 내 아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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