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이 흩어지는 울음 그만

그대의 어둠을 꿰뚫어 보면서

심연을 향해 비수처럼 울어요

 

온 감정 쓸어 담은 울음 그만

그대의 상처를 낱낱이 살펴서

마음 결 따라 울 때만 울어요

 

생각 줄 끊어 버린 울음 그만

그대의 슬픔을 생생히 담아서

심심한 애도로 곡진히 울어요

 

숨죽이며 흐느끼는 울음 그만

그대의 아픔을 통째로 실어서

심장이 터져 나가게 통곡해요

 

* 오랫동안 상담치료를 해오면서 경험적으로 깨닫게 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울지 않는 환자는 치유하기 힘들다는 것이지요. 울면 낫습니다. 그런데 치유에 방해가 되는, 나아가 치유와는 거리가 먼 울음이 있습니다. 

 

첫째, 고통울 외면한 채 이리저리 나뒹구는 울음입니다. 고통을 직면한, 고통으로 정향된, 도저한 울음에 치유력이 있습니다.

 

둘째, 다른 감정 표현을 은폐하는 울음입니다. 적재적소에 나타나는 다양한 감정 표현이 정신 건강의 표지인데 다른 모든 감정을 오직 울음으로만 표현하면 그게 불가능해집니다.

 

셋째, 울음에 파묻혀 자기가 울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아채지 못하는 울음입니다. 이런 경우는 울음의 근거인 감정을 애도할 수 없습니다.

 

넷째, 감정을 억눌러서 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울음입니다. 흐느낌은 상처와 고통을 더욱 깊어지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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