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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물의 연인들
김선우 지음 / 민음사 / 2012년 11월
평점 :
# 이 시대를 살아가는 醫者의 한 사람으로서 현재 의학이 지니고 있는 오류와 한계를 껴안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고민을 담아 간결하게 21세기 의학론을 세 번에 나누어 썼습니다. 그 마지막 글이 하필 김선우의<물의 연인들>로 시작하여 끝을 맺었기에 여기에 실었습니다. 이 글 앞의 두 편 글은 http://bari_che.blog.me/에 실려 있습니다.
21세기 의학론: 인간과 자연의 아픔을 한꺼번에 보듬는다
나는 시인 김선우를 ‘천하시인(天下詩人)’이라 부릅니다. 그의 시(詩)가, 시심(詩心)이 내겐 천하이기 때문입니다. 그 천하시인 김선우가 최근 소설, ‘엄밀히는’ 소설-시 하나를 냈습니다, <물의 연인들>. 이 소설-시는 인간과 강(물(방울))이 이어져 있다는 도저한 미세 생명감각을 시적 감수성으로 빚어낸 절창입니다. 4대강사업으로 강(물(방울))이 죽어가는 모습에 충격을 받은 김선우가 자신의 충격, 즉 생명의 아픔과 슬픔, 그 상처(trauma)를, 그리고 어찌 할 것인가, 아니 어찌 할 수밖에 없나, 하는 고뇌를 살갑고도 깊게 가늘고도 넓게 펼쳐낸 영혼의 “타투”인 작품입니다. 김선우는 아파서 글을 썼고, 씀으로써 아픔을 견뎌냈습니다. 이 글은 필자(筆者)인 김선우의 고통이며 치유입니다. 나는 그 글의 속살을 어루만지며 김선우의 아픔을 느끼고 알아차리고 받아들였습니다. 그 글은 의자(醫者)인 나의 고통이며 치유입니다. 김선우의 “물방울”과 나의 “물방울”은 이렇게 이어져 있습니다. 아니! 김선우의 “물방울”과 나의 “물방울”, 그리고 물방울(!)은 이렇게 이어져 있습니다. 그러합니다. 나는 김선우의 문학에 실려 물방울(!)에게 다다가고 물방울(!)이 됩니다. 마침내 물방울(!)입니다. 물방울(!), 바로 이것이 나의 21세기 의학론의 마지막 화두입니다. 물방울(!)로 대표되는, 인간을 둘러싼, 엄밀히는 품은, 인간의 존재 조건인 자연을 향하여 열린 의학이야말로 인간이 빚어내야 할 마지막 의학이라는 깨달음. 그 깨달음을 궁굴려 내 삶이 되게 하고 우리 모두의 삶이 되게 하는, 그 참다운 깨침. 그 깨침을 얻으려면 의학은 인간의 눈으로, 인간만을 들여다보는 울타리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의 종(種)적 배타성, 우월감에 사로잡혀 있는 한 지금 인간이 맞닥뜨리고 있는 파멸 상황에 대처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상황을 만든 것이 바로 저 4대강사업처럼 인간의 탐욕을 위해 자연을 침습, 파괴, 수탈한 행위와 명분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인간이 인간 위한답시고 자연을 괴롭힌 것이 도리어 인간 파멸이라는 최후 질병을 몰고 온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이 정녕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자 한다면 자연에 행한 침습, 파괴, 수탈을 멈추어야 합니다. 자연을 치유해야 합니다. 아니 자연이 스스로 치유해 나아가는 데 겸손하게 시중들어야 합니다. 바로 여기가 의학적 관점과 자세의 설 자리입니다. 인간 생명의 조건인 자연의 시선으로 질병과 치유를 바라보는 관점과 자세를 갖추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인간과 자연의 아픔을 한꺼번에 보듬는, 새로운, 최후의 의학이 가능합니다. 이 최후의 의학은 문명의 산물인 의학에서 문명을 비판하는 의학으로 차원을 높인, 의학의 의학, 곧 메타의학입니다. 메타의학의 감수성으로 서면, 김선우가 말한바, “목숨 가진 것들은 모두 눈물 냄새를 풍긴다.......”는 진실을 느끼고 알아차리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 눈물 냄새를 맡고 알아차리고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김선우가 수없이 떠올린 ‘여리고 환한 목숨의 빛’이란 말을 가슴에 품어 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