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우리 우울상태 얼마나 심각한가요?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3, 4학년 때부터 우울증 끼가 있었던 거 같아요. 밖에서는 활발하고 명랑했지만 집에만 오면 모든 게 짜증났고요. 자살시도도 했었습니다. 무서워서 중간에 그만뒀었지만 매우 여러 번 했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2,3학년 때 특히나 심하게 자살하고 싶어 했고요. 최근 들어 갑자기 우울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유 없이 우울해서 제 자신이 너무 못나보여서 하루 종일 울었었어요. 그 다음날 되니까 괜찮더라고요.


그리고 옛날엔 아니었는데 요즘 들어 화가 나면 주체를 못하겠고 물건 던지고 싶고 뭔가 부러뜨려야 성에 차고........또 화도 너무 자주 납니다. 짜증나고 신경질 나고....... 엄마랑 사사건건 부딪히고요. 몇 마디 대답하면 엄청나게 뭐라고 하기 때문에 결국엔 엄마 역정 제가 다 받아주는데....... 이렇게 한번 싸우고 나면 갑자기 세상이 싫어지고 그냥 죽고만 싶고 어디론가 꺼지고 싶은 느낌입니다. 잠자기 전에도 이대로 침대 밑으로 꺼져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하고요.


그리고 3월 달부터 지금까지 병원에서도 모르는 이유 없는 통증이 계속됩니다. 온몸에 통증이 있고요 진짜 아파요. 그러다가 또 기분 좋아지면 안 아파지고....... 가끔 어지럽기도 하고요. 과체중이고요.


또 제가 친구가 많은데 최근 인간관계가 너무 귀찮고 힘들어서 그냥 다 때려치우고 혼자 있고 싶은 때가 상당히 많았어요. 성격은 그게 아닌데....... 제가 가족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그냥 그런 건지, 아니면 저에게 심각한 우울증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자가진단은 심각한 우울증으로 나왔어요. 상담 드려요. 저 치료를 받아야 하나요?


2008년 초여름, 고2 여학생이 올린 글입니다. 이 친구는 여러 번 자살기도를 했다고 했습니다. 물론 치명적이지 않은 자해 정도를 포함한다고 하더라도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아무리 가벼운 자해라 하더라도 죽음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심리적 상처는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좀 더 객관적인 상황 이해를 통계자료로 제시해 보겠습니다.


통계자료(1) 


2010년 10월 15일 국회 교육과학위원회에서 공개된 2008년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우울증상(2주 내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낌)을 경험한 중·고교생 비율은 38.8%로 나타났다. 또 최근 1년간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중·고교생은 18.9%였다. 결국 중·고교생 10명 중 6명가량이 최근 1년간 우울증상을 경험했거나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것이다.


우울증상 경험 비율은 여학생이 44.3%로 남학생(34%)보다 높았고, 학년별로는 중1(34.2%)에서 고3학년(47.3%)으로 올라갈수록 크게 높아졌다. 지역별로는 서울 학생의 우울증상 경험 비율이 40.5%로 가장 높았고 대전 40%, 광주 39.7%, 전남 39.6%, 경남 39.4%, 경기·전북 39.2% 등 순으로 나타났다.


자살 충동 비율 역시 여학생(22.9%)이 남학생(15.4%)보다 높게 나왔고, 학년별로는 중2학년이 19.5%로 최고치를 보였다. 지역별로는 서울 20.1%, 광주·대전·전남 19.8%, 경기 19.7%, 충남 18.9% 등 순이었다. 최근 1년간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는 학생은 전체의 4.7%였다.


이번 조사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의 중학교 400곳, 고등학교 400곳의 중1~고3 학생 총 7만5천238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통계자료(2)


중·고교생의 절반 정도가 ‘우울’ 성향을 보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5명 중 1명은 ‘우울증’ 또는 ‘자살 생각’ 위험그룹에 속했다. 입시위주 교육에 따른 스트레스 등이 원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2010년 5월 5일 인천시 정신보건센터가 지난해 인천 지역 중/고교생(각각 1739명/3914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우울 및 자살 사고의 심각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학생 중 46.5%가 우울 성향을 보였다. 이 비율은 중학생보다는 고교생이 높았다.


조사 대상 5653명의 학생 중 19.2%는 ‘우울증’이나 ‘자살 생각’에 대한 정도가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 자살에 대한 생각의 척도를 묻는 설문에서는 ‘또래보다 자살 생각이 많다’는 경우가 전체 학생 중 8.7%였다. 이 중 심한 자살 생각을 보이는 비율은 3.9%로 나타났으며,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우울증과 자살 생각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되는 810명의 학생에 대해 집중 검사를 한 결과 23.5%가 실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자살을 시도한 비율은 중학생(33.2%)이 고교생(19.4%)보다 훨씬 높았다. 자살 생각에 대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학생 28명 중 자해를 시도한 경험은 46.4%, 과거 실제 자살을 시도한 경험도 25%나 됐다.


우울증을 겪는 청소년들은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조사한 ‘재발성 우울증 장애 진료실적’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19세 이하 어린이, 청소년 수는 2004년 1038명에서 2005년 1143명, 2006년 1207명, 2007년 1370명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2008년의 경우도 8월까지 집계된 인원만 775명이어서 연간 1400명을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통계자료(3)


10대 사망 원인 1위인 자살 건수를 보면, 2005년에 135명, 2006년에 108명, 2007년에 142명, 2008년에 135명, 2009년에 202명이다.


자살한 청소년을 학교 급별로 보면(2002년도) 고등학생 140명(69%), 중학생 56명(28%), 초등학생 6명(3%)이다.


자살 원인은 가정불화 69명(34%),  우울증 27명(13%), 성적 23명(11%), 이성 관계 12명(6%), 질병/신체결함 7명(3%), 폭력/‘왕따’ 4명(2%) 순이다.


시기별로는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 가장  많고 수능이 치러지는 11월이 그 다음으로 나타났다.


아마도 실제 상황은 이런 통계 수치보다 훨씬 심각할 것입니다. 이런 유의 통계는 부풀려지기보다 진실의 일부를 덮어버릴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런 추정이 무리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전체 자살률도 그렇거니와 청소년 자살률 또한 OECD 국가 중 1위입니다. 정치세력은 입만 열면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것을 자랑하지만 내실을 보면 이렇게 참담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문제의식과 대책은 개인 차원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은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가 썩어가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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