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쌤, 진짜 드릴 말씀 있어요!
[질문]
안녕하세요?
초등학생이 우울증이라니 실감도 안 나네요.
자가진단 21개 다 중증 우울증으로 나와요.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라고 하기에
부모님께는 비밀로 하려다가
아무래도 말해야 할 거 같아서
엄마한테만 말했거든요?
그랬더니 운동을 쳐 안하니까 그런 거라고
네가 우울증이면 난 우울증 말기환자다 이래요, 헐~!
순간적으로 미치는 줄 알았어요.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우울증 원인도 살펴보고 정보란 정보는 다 수집해서 봤거든요?
가정불화 때문인 거 같네요.
왜 엄마는 제 말을 믿지 않는 건가요?
내가 우울증 증상 반대로 행동하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데.
엄마는 정신상태가 썩어서 그렇다고 하네요, 어이 털려!
어떡하죠?
[답변]
초등학생도 우울증에 걸릴 수 있습니다.
"어린 게 무슨......." 식의 생각은 어른들의 편견일 뿐이지요.
"정신상태가 썩어서 그렇다"는 엄마의 반응도 전형적인 편견입니다.
우울증은 결코 정신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명백한 질병입니다.
상담과 약으로 치료해야 할 대상입니다.
엄마 말고 주위에 의논할만한 어른이 안 계신가요?
진지하게 귀 기울여주는 어른이 도와주셔야 뭐라도 시작할 수 있을 텐데.......
자가진단만으로 우울증 여부를 확정해서는 안 되고
실제로 본인이 고통스럽다면 전문 의료인에게 진단을 받아 봐야 하겠지요.
설혹 우울증이 아니라 하더라도
지금 상황에서 자상하고 깊은 상담을 받을 필요는 충분합니다.
어렵더라도 엄마를 포함한 어른들께
되풀이해서 간곡하게 말씀드리세요.
지금 상태를 그냥 넘기는 것은 여러 모로 보아 좋지 않을 듯합니다.
2010년 여름 어느 날 제가 우리 나이로 13세인 초등학생 여자 어린이와 온라인으로 주고받은 상담 내용입니다. 어머니가 이 소녀의 손을 잡고 치료 받으러 가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없죠, 천만에, Never, 0%!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 상태를 문제 삼고 나름대로 고민하는 수준은 지금 이미 “설마, 내 아이가.......?” 이럴 단계를 지났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고등학교 3학년에 이르는, 사실은 대학 초년생까지 포함해야 되지만, 이른바 사춘기 아이들이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모르는 어른은 없을 겁니다. 다만 내 아이는 아닐 거라고 ‘믿기’에 팔짱끼고 있을 뿐이지요. 그러다 어느 날, 느닷없이 아이가 그런 말을 해 오면 이 소녀의 엄마처럼 반응하게 마련인 것입니다.
그 동안 꽤 오랜 세월 동안 마음 아픈 분들과 함께 했는데 가장 안타까운 경우 가운데 하나가 아이들입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은 치료에 접근하는 일 자체가 잘 안 됩니다. 바로 거의 모든 어른들이 이 소녀의 엄마와 같은 태도를 취하기 때문이지요. 치료 받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것입니다. 부모가 인정하지 않으면 당장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치료비입니다.
[질문]
안녕하세요? 저는 수능을 앞둔 19살 고3여학생입니다.
요즘 심적으로 너무 힘들고 우울합니다. 저 혼자서는 감당하기가 힘들어 정신과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보고 싶습니다.......
<중략>
.......만약 제가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해도 부모님께 알려드리고 싶진 않습니다. 진단을 받기 전에 부모님과 상담하고 싶지도 않고요. 제가 확신하는데 저희 부모님은 제가 정신과 진단을 받겠다는 소리를 들으시면 정색하시면서 쓴 소리만 하실 테고, 부모님이 제 걱정 하게 될 걸 생각하면 더 우울해집니다.
그런데 걱정인 건 진료비가 저한텐 부담될 거 같은데요. 진단받는데 얼마 정도가 드나요? 정신과 병원도 보통 병원처럼 진단받는데 오륙천 원 할 줄 알았는데 몇 만원이 드는 것 같더라고요. ㅠㅠ 집안 형편이 좋지 않고, 게다가 부모님 몰래 간다면 제가 돈을 구해서 진료비를 내야 해서 걱정이 됩니다. 저 어떡해야 하나요? 너무 힘듭니다.
[답변]
1. 고3, 이 단어 하나만으로도 대한민국은 너무나 우울한 나라입니다. 그 우울함의 한 가운데 서 있는 ** 님의 심경 헤아리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공감과 격려의 마음을 전합니다.
<중략>
....... 제 생각에는 지체 없이 부모님께 진지하게 말씀드리고 상담을 포함한 치료 방책을 찾는 게 좋을 듯합니다. 더군다나 시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점임을 감안하면 오히려 부모님의 도움을 요청하는 게 현명한 판단이라고 봅니다. 부모님 걱정을 지나치게(!) 하는 그 자체가 우울증의 한 요소임을 아셔야 합니다.
인생의 긴 여정으로 보았을 때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사실 더 중요한 시기가 어느 때이고, 그 때에 무슨 일이 일어날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무언가 중요한 고비임을 직감할 때 최선을 다해 그 시기를 통과하는 게 참다운 삶의 자세 아닐까요?
4. 이런 일이 무망하다 판단하다면 바로 앞의 답 글 맨 마지막 부분을 읽고 실천에 옮기십시오. 글쓴이가 바로 그 사람이니 믿을만한 발언이거든요.^^ 홧팅!
바로 앞의 답 글 맨 마지막 부분 내용은 이것입니다.
....... 어머니 태도로 미루어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안 되면 학교 상담실이라도 이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방법 없을 때는 두 눈 딱 감고 0000한의원 찾아가세요. 설마 강 원장, 그 사람이^^ 상담치료비 없다고 고3 학생을 문전박대 하겠습니까?^^
실제로 이렇게 해서 무료로, 심지어 밥까지 사 먹여 가면서 상담을 해준 예가 드물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대책이 아닙니다. 예외일 따름이지요. 더 이상 긴 이야기 드릴 계제가 아닙니다.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이 노릇을?
지금 이 시각에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아이들이 저를 향해 울부짖고 있습니다.
“쌤, 진짜 드릴 말씀 있어요!”
아이를 데리고 상담실 문을 두드리실 겁니까? 아님, 이렇게 말씀하실 겁니까?
“우울증? 이마에 피도 안 마른 게, 무슨....... 공부나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