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붓다 처방(1) 사는 동안 우울하지 않을 수 없다. 생명은 완벽하지도 영원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알아차리고 받아들여라. 해석하려 들지 마라. 평가하려 들지 마라. 쓰라림의 진실을 받아 안아라(苦方).
우울증 붓다 처방(2) 행복이 일어났다 스러지듯 불행도 일어났다 스러진다. 세계에 영원히 변치 않는 무엇은, 브라만이든 아트만이든, 존재하지 않는다. 삼라만상은 흐르고 또 흐를 따름이다. 부디 잡지 마라. 우울증도 흐르게 놔두어라(無常方).
우울증 붓다 처방(3) 본디 나(我)란 무수한 남에 기대어 그려지는 메아리다. 메아리인 내가 우울증을 앓는다. 거울 앞에 서서 말끄러미 눈을 보면서 물어라. 과연 우울증이 어디 있는가? 어허, 내가 메아리이니 우울증도 그렇지 않겠나(無我方)?
우울증 예수 처방(1) 내가 십자가 위에서 울부짖은 말을 기억하나?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하느님한테서 버림받은 하느님의 아들이 증언하는 이 절대 상실, 절대 우울. 그대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라(하자브타니方).
우울증 예수 처방(2) 채찍을 휘두르며 성전 앞에서 독설을 퍼부은 게 나다. 채찍에 맞아가며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으로 간 것도 나다. 사자후를 토할 때가 있고 피눈물을 흘릴 때가 있다. 우울도 삶의 한 풍경이다(두 채찍方).
우울증 예수 처방(3) 나는 내 죽음을 생생하게 느꼈고, 칼 날 같이 알아차렸으며, 뜨거운 가슴으로 받아들였다. 내 죽음은 절대 우울을 가로질러가는 자유다. 그 자유가 부활이다. 그게 진리다. 그 진리만이 우울에게 자유를 준다(진리자유方).
우울증 원효 처방(1) 부분은 오류다. 부분에 집착하는 게 병이다. 삶의 한 부분인 어둠, 자기부정에 사로잡힌 게 우울증이다. 자기 긍정도 안아라. 삶 전체를 있는 그대로 느끼고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라. 전체를 한꺼번에 마음 두라(一心方).
우울증 원효 처방(2) 극단은 오류다. 일극에 집중하는 게 병이다. 자기부정의 극단으로 달려가는 게 우울증이다. 생명은 일극 독단을 한사코 뿌리치는 대칭 운동이다. 우울의 극단적 고립을 깨뜨리고 기꺼이 환희와 몸을 섞으라(和諍方).
우울증 원효 처방(3) 실체는 오류다. 정해진 자리에 영원히 있으려는 게 병이다. 자기부정을 불변하는 실체로 여기는 게 우울증이다. 슬픔과 기쁨을 가로질러 오가라. 부디 한 곳에 갇히지 마라. 미련 없이 흐르고 매임 없이 놀아라(無碍方).
우울증 사회 처방(1) 우울증은 사회적 약자가 생물학적 약자임을 보여주는 단적 예다. 쌍차 한진 해고노동자, 강정 주민 다수가 이미 죽임 당했고 지금 죽어가고 있다. 이 사실을 제대로 느끼고 알아차리고 받아들여야 치유가 시작된다(각성方).
우울증 사회 처방(2) 우울증은 다만 개인 질병 아니다. 사회 질병이기도 하다. 국가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대량학살이다. 정치적 치유가 반드시 행해져야 한다. 이 사실에 눈떠 치유 연대를 향해 나아가야 본격적으로 치유된다(연대方).
우울증 사회 처방(3)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내가 살아 함께 사는 길, 함께 살아 내가 사는 길을 즐겁게 진지하게 넘나들라. 그게 사회적 영성이다. 정치적 영성이다. 이 영성으로 우울증을 끌어안을 때 치유는 완성된다(영성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