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라딘 글쓰기에서 멀어졌던 시간 동안 트위터 글쓰기를 했습니다. 그렇게 쓴 140자 글 모음 일부를 올립니다. 

 

마음병 로드맵(1) 모든 마음병의 진원, 그 둥근 경계에는 공포와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공포와 불안은 인간 존재의 숙명적 표지다. 無에서 有로 빚어지는 찰나 엄습하는 최초의 감정이자 에너지다. 공포는 有의 느낌을, 불안은 無의 느낌을 반영한다.


마음병 로드맵(2) 공포는 특정 경험을 해석적으로 기억하기 때문에 일어나고 불안은 그 기억을 일반화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일부/개체의 공포는 전부/전체의 불안으로 확산된다. 이 공포와 불안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마음병은 서로 다른 길을 간다.


마음병 로드맵(3) 공포와 불안을 피하는 병적 반응은 시간의 맥락과 공간의 지평, 두 축으로 전개된다. 시간의 맥락은 항상성(常)의 문제다. 즉, 변할 거냐 말 거냐 하는 문제다. 공간의 지평은 경계성(我)의 문제다. 즉, 나냐 남이냐 하는 문제다. 


마음병 로드맵(4) 공포와 불안을 피하려고 시간의 맥락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극단적으로 부정하면 [강박]의 길로 간다. 규칙과 반복 뒤에 숨는 것이다. 변화를 극단적으로 긍정하면 [전환]의 길로 간다. 일탈과 즉흥 뒤에 숨는 것이다.


마음병 로드맵(5) 공포와 불안을 피하려고 공간의 지평에 세운 자아경계를 극단적으로 긍정하면 [분열]의 길로 간다. 자아의 성에 고립되는 것이다. 자아경계를 극단적으로 부정하면 [우울]의 길로 간다. 자아를 송두리째 해체하는 것이다.


마음병 로드맵(6) 마음병을 이렇게 한눈에 보는 발상은 苦, 無常, 無我를 설파한 세존의 가르침과 포개진다. 물론 원효의 一心, 和諍, 無碍 길이 그 사유를 넘어서고 치유까지 완성했다. 잡다한 미국식 정신의학으로는 당최 접근 불가능하다.


마음병 로드맵(7) 마음병도 결국은 생명 안에서 일어난다. 다만 생명을 지키기 위해 죽음의 일부를 부득불 도입하기에 병이라 이름 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울증은 가장 깊고 독한 마음병이다. 죽음을 단도직입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마음병 로드맵(8) 깊고 독해서 죽음과 도저한 상면을 하는 바로 그만큼 우울증은 세상 이치를 꿰뚫는 비수가 된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관문이 될 수 있다. 無에서 有로, 다시 無로 가는 차원변이의 칼날 위에 선 역설미학이다.


마음병 로드맵(9) 대한민국은 우울공화국이다. 깊고 푸른 절망이 드리워져 있다. 바.로. 그.래.서. 희망이 엄존한다. 매판의 야차들이 죽음을 들이밀 때 그 죽음을 품어 안고 절망을 꿰뚫어 간다. 피눈물로 역설의 자유를 연다.


마음병 로드맵(10) 죽음은 다만 병의 귀착점이 아니다. 죽음은 병의 소실점이기도 하다. 마음병이 번져갈 때 죽음을 피하려 함으로써 죽음을 문제 중심에 놓지 마라. 마음병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이치를 깨닫게 하는 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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