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테라피 - 심장의 속도로 걸어온 천일간의 치유 여행
권혁란 지음 / 휴(休)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저자는 제주도 법환 포구에 카페 나비오리를 차려 놓고 함초롬히 살고 있습니다.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을 4년째 하고 있는 강정마을 응원차 침놓으러 갔다가 잠시 들려 저자한테서 직접 책을 받았습니다. 처음 보았는데 아주 오랜 친구 같은 느낌을 받은 매우 드문 느낌의 사람이었습니다. 아이와 현자가 공존하는 매혹이랄까....... 해맑은 웃음과 부끄러움의 표시로 혀를 쏙 내미는 행동은 천상 소녀입니다. 꾸밈없이 붙여오는 말과  그 울림은 필경 현자입니다. 한 시간 남짓 머물다 왔는데 여운이 오래 남아 있습니다.  

삶이 송두리째 암흑으로 곤두박질치는 시공에서 출발한 치유의 여로. 다양한 형태와 내용의 여행을 통해 저자는 상처를 아물리고 삶의 결을 다시 세워 갑니다. 치유를 넘어선 깨침이 있습니다. 하여 저는 이 책을 내려놓으며 여행(旅行)이 곧 수행(修行)이란 표현이 더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여행이야말로 저자의 삶의 고갱이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고행처럼 행한 여행을 정리하며 저자는 한라산 자락 나지막한 삶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이는 책 제7장, 나를 부르는 숲 부분에서 나오는 한국 최초의 여성 에베레스트 대장 남난희의 말로 대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칠십육일 동안 내내 한겨울 백두대간을 혼자 걸었다. 그때가 스물일곱. 세상은 놀랐고 나는 울었다.  여자 나이 스물아홉에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강가푸르나 봉에 올랐다. 세상은 놀랐고 나는 외로웠다. 삼십대 한가운데서 욕망의 산을 내려왔다. 지리산에서 차 향기를 나누고 조양강에서 자연학교를 꾸렸다. 이제 화개골에서 찻잎을 따고 된장을 쑤니 낮은 곳의 편안함이 너무 고맙다. 

남난희의 책 제목이 <낮은 산이 낫다>라고 합니다. 이는 저 붓다의 회향을 떠올리게 합니다. 물론 권혁란도 십분 공감했을 테지요. 인제 그 또한 제주의 오름을 흐르며 남난희의 이런 삶으로 가겠지요. 

언제부턴가 나의 삶은 아무것도 가지고 싶은 것이 없고,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고,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고,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다. 또 어느 곳도 가고 싶지 않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게 되었다. 풀기가 다 빠진 풀처럼 가벼운 마음이다. 참 좋다. 

이는 저 붓다의 닙바나를 떠올리게 합니다. 물론 권혁란도 십분 공감했을  테지요. 한라산 노지 소주 한 잔을 부딪치며 온 몸으로 웃던 그 웃음이 왈칵 그리워집니다. 섬세한 수다(!) 갈피마다 들꽃처럼 피어있는 깨달음 가운데 제 영혼을 길게 끌어당긴 한 부분을 소개합니다. 

 .......걸어가는 풍경 속으로 휘익, 휘익, 계절이 지나간다.

그러니 살면서 잠시 마주친 사람에게, 한때 사랑한 사람에게 '당신에게 나는 무엇이냐'고 소리쳐 물을 필요가 없었던 것을. 당신에게 나는 한때 봄이었고, 가을이었고, 겨울이기도 했을 테니. 또한 한때 웃음이었고, 눈물이었고, 사랑이었고, 애인이었을 테니.

그저 '고마워요'라고 말하기만 하면 되었을 것을. 

그렇네요, 그렇습니다.  여행이 그렇듯 인생도 지나갑니다. 계절이 그렇듯 사람도 지나갑니다. 눈물도 웃음도....... 이 시각 권혁란이 무슨 일로 울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또 다른 시각엔 웃을 것이니 괜찮습니다.  

이 책 한 권 들고 훌쩍 떠나 나비오리 앉아 있는 저자를 만나러 가 보는 것,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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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2011-10-19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원장님
우연히 서평을 읽다가 원장님 블로그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좋은글 감사히 잘 읽어보았습니다.
저도 한의학도인데요...^^
상한론에 관심이 많습니다. 상한론 공부를 어떻게 하셨는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여쭈고자 합니다. 상한론도 책이 너무 많아서 어떤책들을 읽어야할지 막막합니다.
gollax@hanmail.net로 글을 주시거나, 번거로우시면 여기아래 댓글에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늘 건승하시고 행복하세요~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