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명한 산책 문학과지성 시인선 281
황인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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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직 이 한 수의 시를 읽기 위해 

시집을 집어들었습니다.  

 

강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小蛇大足 - 당신만 강가에 갈 일 있는 게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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