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28장 본문입니다.  

 

子曰 愚而好自用 賤而好自專 生乎今之世 反古之道 如此者 及其身者也 非天子 不議禮 不制度 不考文 今天下 車同軌 書同文 行同倫 誰有其位 苟無其德 不敢作禮樂焉 誰有其德 苟無其位 亦不敢作禮樂焉 子曰吾說夏禮 杞不足徵也 吾學殷禮 有宋 存焉 吾學周禮 今用之 吾從周.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어리석으면서 자기가 쓰이기를 좋아하고, 천하면서 자기가 마음대로 하는 것을 좋아하며, 지금 세상에 태어나서 옛날의 도로 돌아가려고 하면 이와 같은 자는 재해가 그 몸에 미치는 것이다." 천자가 아니면 예를 논하지 아니하고 법도를 제정하지 아니하며 문자를 고정하지 아니한다. 지금 천하의 수레는 궤가 같고 글은 문자가 같고 행위에서는 윤리가 같다. 비록 그 위치에 있으나 진실로 그에 맞는 덕이 없으면 감히 예악을 만들지 못한다. 비록 그에 맞는 덕이 있으나 진실로 그 위치에 있지 않으면 또한 감히 예악을 만들지 못한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하(夏)의 예를 말할 수 있으나 기(杞)에서는 증거 삼을 수 없다. 내가 은(殷)의 예를 배웠으니 송(宋)은 그것을 보존하고 있다. 내가 주(周)의 예를 배웠으니 오늘날 그것을 쓰고 있기 때문에 나는 周를 따른다."  

 

2. 사리에 맞지 않는(愚) 선택을 하고도 밀어붙이거나(用), 백성의 눈높이를 좇아가지 못하면서도(賤) 소통을 거부하거나(專), 진화를 거듭하면서 달라진 오늘 상황 (今之世)에 눈감은 채 한사코 구시대 가치(古之道)를 고집하는 권력자는 반드시 화를 당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고 하는 말이기나 한 것처럼 섬뜩합니다. 주제넘고 독선적인 권력자들에게 날린 직격탄입니다.   

 

3. 국가 규범과 질서를 확립하고 공적인 문화 콘텐츠 기조를 짜는 일은 덕을 갖춘 주권자가 할 일입니다. 대의정치에서는 이런 일이 소수 피택자에게 위임되며, 그 정점에 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이 있습니다. 전제주의 시절 天子라 이름 한  절대권력자든 오늘날 대통령이든 그 정상의 위치만으로는 이런 일을 수행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정당성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것을 본문에서는 덕이라 합니다.   

 

<중용>의 맥락에서 말하는 덕은 당연히 중용의 실천력일 것입니다. 중용은 거듭 말씀드리거니와 쌍방향 소통으로 온 생명이 평등하고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게 하는 집단적 실천입니다. 그리고 그 중용의 깃발로서 천자도 대통령도 존재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중용에 반한다면 천자도 대통령도 무의미한 존재일 따름입니다.  그 무의미성은 위임의 철회로 현실화됩니다. 주권자가 직접 집단 중용을 빚어가기 시작했다면 상황 변화는 질적으로 아주 가파른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재앙(烖)을 맞는 사례를 우리는 수없이 보아 왔습니다.  

 

4. 夏禮든, 殷禮든, 周禮든 그 자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무엇이 시중(時中)하여 오늘 쓰기에(今用) 합당한가, 따를만한가(從), 그것이 판단 기준입니다. 오늘을 사는 백성의 의중과 상관없는 가치는 그것을 진리라 하든, 과학이라 하든, 국위라 하든, 특정 세력이 주려 끼고 우겨서는  안 됩니다. 따를 것이냐, 말 것이냐는 주권자가 결정할 문제입니다. 이미 그 부분에서 위임 한계를 일탈한 이상 피위임자는 권한이 정지될 수밖에 없습니다. 중용의 기수, 주권자의 대표단수인 공자가 잘라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오늘날 그것을 쓰고 있기 때문에 나는 周를 따른다(今用之 吾從周)."  

 

5. 여기 周는 이 땅의 평범한 백성입니다. 그 주권자의 뜻입니다. 그 뜻을 거스르며 군사독재 시절보다 더 우매한 짓이 목하 자행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夏禮일까요, 殷禮일까요? 참으로 부끄럽고 슬픕니다. 온갖 거짓말과 부정부패, 그리고 삼류 정치 쇼로 떡칠이 된 이 지배집단한테서 무슨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입니까.  

 

그럼에도 이른바 진보정치학계의 좌장으로 불리는 사람이 최근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정권 교체의 가능성이 있는 한 오늘의 상황을 민주주의 위기라 볼 수 없다."  

 

세상에나! 수천 년 전 공자의 탄식이 오늘 그대로 우리 귓전을 때리고 있는데 듣는 자가 없습니다........오호, 단장애재(斷腸哀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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