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5장 본문입니다.  

 

子曰 道其不行矣夫.  

 

 공자는 말씀하셨다. "도는 아마 행하여지지 아니할 것이다."  

 

2. 제4장에서는 현재 중용의 도가 행해지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그 연유를 밝혔습니다. 여기서는 미래에도 중용의 도가 행해지지 아니할 것임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예상은 다만 예상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탄식으로 슬픔으로 이어질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오호라, 도는 끝내 행해지지 아니할 것이로구나!"   

 

공자의 예상은, 또한  시간 영역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닙니다. 춘추전국의 시공간을 관통하는 비판정치학입니다. 강자, 승자로서 정복만을 가치로 삼는 제후의 정치학을 향해 날리는 직격탄입니다. 인간의 상호적 삶을 거절하고 포식동물의 일방적 삶을 맹렬히 추구하는 "특별한" 집단에게 날린 저주의 독설입니다.   

 

아득한 그 옛날 말고 당장 오늘 이 땅의 정치판만 보더라도 공자의 저주는 액면가 이상의 적확성을 구가합니다.  보십시오, 이 땅의 권력자가, 재벌이, 전문지식인 집단이 어떻게 도를 짓밟고 독식의 추한 미학에 골몰하고 있는가를. 공자가 지금 서울에서 중용을 말한다면 "아마도(其)" 대신 "반드시(必)"라고 고쳤을 것입니다.    

 

3. 공자의 예상은 인간 사회의 잔혹함, 그래서 너절함을 통타하는 문명비판이기도 합니다. 자연과 소통하기를 거절하고 개발과 착취의 대상으로만 삼는 인간의 과잉진화 행태를 준열하게 꾸짖는 것입니다. 도가 행해지지 않는 결과 지구의 허파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도가 행해지지 않는 결과 수 만 종 생물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멀리 갈 것 없습니다.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4대강 사업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국토를 거대한 하수관으로 만들고야 말겠다는 저 반자연적, 반생태적 발상이야말로 중용을 거스르는 소인 행태 의 전형입니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조폭식 추진력은 가히 무기탄의 상징이 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인간은 머지않아 반드시 멸망해야 합니다. 지구를 지켜 다른 생명들이라도 살게 하려면 암 세포에 지나지 않는 인간은 제거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이 중용을 거절한 대가는 이렇게 비참한 것입니다. 그 무엇보다도 구체적이고 생생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중용>의 심장을 겨누는 강호의 고수들은 더 이상 <중용>을 비현실적, 관념적, 형이상학적 담론의 준거로 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뜬구름 교설로 구원될 세상은 이미 저물어버렸습니다. 범박한 아마추어의 어설픈 고언에 불과하지만 환우를 앞에 놓고 치유의 말, 즉 생명을 일으키는 말을 해야 하는 저로서는, 참고할 만한 <중용> 풀이 책 한 권  마땅치 않은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