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공부 - 슬픔, 절망, 두려움에서 배우는 치유의 심리학
미리암 그린스팬 지음, 이종복 옮김 / 뜰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자신의 삶과 인격이 녹아든 글쓰기를 대할 때 내용의 여하를 떠나 느끼게 되는 경이로움이 있습니다. 누구든 이런 글쓰기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심리치료사인 저자는 전혀 다른 경우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사적인 경험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금기 영역 안에 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가 자신의 삶을 직접 이야기한다는 것은 정직성 그 이상의 이미를 지닙니다. 이는 용기가 필요한 사회적 선언이자 실천입니다. 그 무엇보다 저는 이런 면에서 이 책이 주는 울림을 깊이 느끼고 공감합니다. 

물론 여러 대목에서 독서를 멈추고 곰곰이 다시 생각해야 했습니다. 단순히 동의할 수 없었다,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무엇이 있었습니다. 가령 그의 삶에서 경험한 고통의 폭량에 동참할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괴리감이 있는가 하면 그가 지닌 투명한 영성과 직관을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에 느끼는 공백감도 있습니다. 위빠사나 등 동양적 수련으로 쌓여진 내공이 때로는 격절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이 책은 실천적 측면까지 진지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동일한 현상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이름 지을 뿐만 아니라 밋밋한 인지 감각을 화들짝 일깨워 돋을새김으로 묘사하는 영롱한 통찰이 도처에 깔려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특히 귀 기울인 대목은 취약성에 열린 사고, 맥락화, 창조성이 지니는 치유능력 등이었습니다. 가까이 두면서 틈틈이 몇 번 더 읽으려고 합니다. 일독만 하고 꽂아두기에는 참으로 아까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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