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밤은 또 뚜벅뚜벅 다가오고 있는가? 지난주 광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니 오늘은 더 어둡다. 어느 기자분이 나와 발언한다. “조희대와 지귀연이면 우리가 예상하는 그 뭣보다 더한 짓을 하고도 남는다. 재판 재개해 이재명 대통령 날리는 일은 물론 윤석열 내란 사건을 공소 기각으로 종결할 수도 있다.” 윤석열이가 거장치는 데는 그만한 근거가 있는 셈이다. ·미 제국에 대를 이어 부역한 매국노 그 떼거리를 인간으로 전제하면 나라 다시 망한다.

 

통분과 우울 무게가 물먹은 솜처럼 심사를 바닥으로 끌어내린다. 날씨마저 우중충하다. 마침내 비가 쏟아진다. 이런 환장할 노릇이 어디 있담. 비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나는 황급히 인근 음식점으로 들어간다. 나 말고도 여럿이 날벼락 같은 비 얘기를 하며 수런거리고 있다. 뜨거운 국물 음식을 주문하고 소주부터 벌컥벌컥 들이켠다. 아이고 더 환장할 노릇이네, 소주 맛이 어쩜 이렇게나 좋대. 눈물 머금은 헛웃음이 휘리릭 지나간다. 또 한 잔 그득히 따른다.

 

술잔을 비우며 곰곰 생각해 본다. 을사년, 경술년, 그때도 이런 식으로 나라를 팔아먹지 않았을까, 일반 백성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거나 관심 없지 않았을까, 광장에 서성이는 사람을 힐끗거리며 잘났어, 증말!’ 하는 사람이 그때나 지금이나 대다수가 아닐까, 나라가 망해도 어떻게든 살아지니까 괜히 나서서 들레지 않는 게 심간 편하지 않을까, 대체 나는 왜 오늘도 여기서 이러고 있을까. 소주 두 병이 다 비어가도 정신은 은화처럼맑기만 하다.

 

칠십 년을 살고도 제 감장 못하는 생각 따위에 물려 취기도 지나치는 이 물색없음이 못내 야속하다. 철이 덜 들어서가 아닌 한, 필경 내 밑가락 우울증 탓일 텐데, 이 벗은 내가 죽고 나서도 내 무덤가에 앉아 있을 듯하다. 내가 공동체 걱정하고 반제 전선 떠나지 못하는 일이 우울증 증후라면 이는 숙명이다; 생명 본성 지키는 일이 병이라면 그 병은 엄연히 생명 일부다. 치유 대상이 아니다. 차마 유마힐(維摩詰)에 비할 수는 없으되 길이 기리며 살아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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