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는 개였다······고 느낀다
아니 풀이었던가······
풀이었다면 개일 수 없었을 텐데, 개에게 말을 걸던
풀의 마음이 익숙하다
그렇다면 나는 뭐였나?
내가 뭐였냐는 게 이제는 중요하지 않지만
거기− 그 장소의 냄새가
사무칠 때가 있다
흙과 먼지와 피와 살과 눈물의 냄새, 그 사이로
향긋하게 번지던 가느다란 풀냄새가
-김선우 『축 생일』 <미륵의 고독> 1의 서장(序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