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니는 왜 신실을 범했을까?>

 

망묘루뿐이 아니었다. 명시니는 신실(神室)을 범했다. ‘구경이라는 보도는 취재 없이 받아쓴 표현이다. 참으로 형언 불가한 호로쌍년이다. 신실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가 초미 관심사다. 단언컨대 조선 신령들을 왜() 악귀, 무엇보다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에 무릎 꿇리는 주술 의식 따위를 행했다고 본다. 저들 패거리가 집권을 도모한 이후 벌여 온 해괴한 협잡질을 종합하면 이 간주는 음모일 수가 없다. 그보다 더한 짓을 했으면 했지, 더 이상 합리는 불가하다. 거기서도 CCTV를 껐을 테니 먼지 한 톨까지 뒤져서 흔적이나마 찾아내야 한다. 그 짓을 하도록 허락한 최고위직 공무원이 누군지도 밝혀 단죄해야 한다. 이 나라 역사와 전통을 어디까지 모욕했는지 도통 알 수 없으니 분하기 짝이 없다.

 

분명히 알아야 한다. 우리 사회 모든 분야 꼭대기에는 저 호로쌍년 같은 토착 왜구 매국노가 똬리 틀고 앉아 있다는 사실 말이다. 이번 반란 세력은 아마도 온전히 척결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일천오백 년을 yuji해 온 힘이 어디 그리 호락호락하겠나. 안간힘 쓰는 개돼지들을 향해 저들은 썩은 웃음을 날리고 있다. 모르지 않으니 이번 깨달음으로 빛의 혁명은 비로소 저들과 맞짱 뜰 수 있는 세력으로 자라났다. 더는 질 줄 알면서 싸우는 싸움이 아니다. 지치지 말고 다 함께 웃으며 간다. 끝장낼 때까지!”

 

신문 보도를 읽고 분노가 치밀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나중에 글을 되작거리며 다시 읽던 중 문득 특별한 한 생각에 가 닿는다. 촉촉이 비 오는 일요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나는 종묘행을 결정한다. 명시니 범행을 속죄하기 위함이다. 어떤 곡절에서였든 이 나라 인민이 뽑아 놓은 대통령 배우자, 아니 실질 대통령이 저지른 범죄니까 인민 가운데 속죄 필요성을 깨달은 사람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 판단해서다. 물론 죄지은 당사자가 스스로 엎드려야 마땅하지만, 그럴 리 없으므로 대속(代贖)한다는 말이다. 대속은 명시니를 은총으로 극형에 처할 묘수다. 남이 짐을 져주었으니 은총이고, 빌 기회가 날아갔으니 극형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 방법이 그런 인간 부류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처방이다.

 

한가위 연휴 무료입장이라 관람객이 많다. 저들과 다른 목적으로 온 나는 저들 행락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준비한 정수를 따른다. 통렬한 가슴으로 속죄한다. 비장한 넋얼로 이 나라를 중첩 식민지에서 해방해 주십사 기원한다. 전혀 다르게 열린 눈길로 정전을 바라본다. 사뭇 다른 발길로 숲을 걷는다. 죽음에서 비롯한 삶인 버섯들이 오늘따라 한껏 고요한 함성으로 나를 맞는다. 그들 앞에서 숨 멎기를 거듭하며 세 시간여 제를 올린다. 더는 견딜 수 없이 묵직해진 천추 통증을 달래며 돌아선다. 밥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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