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넘어 급기야는 달까지 모독한 명신이 광란에 맞서 광장을 향하는 발걸음이 오늘로 35번째다. 서투른 주제에 끝까지 사특함을 극단으로 구사하며 야비다리 치는 그를 그냥 본디 그런 년이야!’ 하고 넘길 수 없어 구속수감 이후 잠시 쉬다가 다시 나온다. ·타가 오지 않는지, 알량한 주술을 여전히 신봉해선지, 그 상판에서는 마약 그림자 빼곤 짐작 불능한 표정만 질질 배어 나온다. ·괴 이전 야생 풍모를 떠올리며 상상해 보지만 당최 그 언행을 따라잡을 도리가 없다.

 

한풀 꺾였다면서도 펄펄 끓어대는 날씨뿐만 아니라 시커먼 아스팔트에 주저앉아 이글거리는 촛불들도 여전히 뜨겁다. 촛불들은 마치 나머지 엿새가 휴일이고 이 한 날이 평일이라는 듯, 여기가 마치 몸 바칠 직장이기라도 한 듯 집중하고 몰입한다. 늘 그래 왔지만, 오늘따라 부쩍 궁금해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여기서 펼치는 삶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민주주의가 자신에게 무엇인지, 누구나 말하는 행복을 이 순간 구가하는지···. 궁금증이 무슨 통증처럼 속살을 파고든다.


 

이 궁금증이 실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나를 향한다. 변방 무지렁이로 서성대는 주제인 내게도 만만치 않은 질문인데 행진 선두와 중심에 선 저들에게야 얼마나 육중한 질문일까. 문득 가슴에 차오르는 뜨거운 물기운을 느낀다. 차마 눈물로 빚어지지는 못한 채 먹먹한 덩어리로 한참을 머무른다. 이러다간 홀로 소주 한잔 청하지 싶어 살며시 대열을 벗어난다. 행진을 계속하는 촛불들이나 거기서 나와 집으로 향하는 나나 크게 보면 모두 떠도는 존재다. 목적지를 누가 알겠나.

 

그나마 정색하고 좀 일찍 귀가하는 까닭은 엊그제 이사를 해서 집안이 어수선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정리해 놓으면 내일 일이 쉬워지고 그렇게 내일 하루 정리하면 마무리를 앞당길 수 있으리라. 70년 동안 이사 횟수가 35번을 썩 넘겼으니 한 집에서 2년을 채 살지 못한 셈이다. 그야말로 방랑 인생이다. 고단하지만 나는 이 삶을 반제국주의 생활 양식으로 섭새김하며 나아간다. ‘개인사가 정치사다라는 말은 언제 어디서든 날카롭다. 발 베일 터이니 그 칼날 위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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