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먹으러 단골 백반집으로 간다. 면식이 있어 인사 정도 나누는 여자 사람 하나가 일행과 함께 옆자리에 앉아 있다. 홍수에 떠내려가는 소 영상이 뉴스로 나온다. 소도 주인도 울부짖는다. 순간 그 여자 사람 입에서 “아이고 저걸 어째!” 소리가 터져 나온다. 바로 이어지는 말을 듣고 나는 아연 충격에 빠진다. “추석 때 소고기 가격 뛰겠네!”
나중에 백반집 주인장한테 들으니, 임대료만 가지고도 넉넉히 먹고사는 건물주란다. 아무리 서울이지만 여긴 변두린데 얼마나 뜨르르하기에 저리도 영혼 부재 증명이 확실한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가 돌연 생긴다. 가진 거 자랑이 ‘자뻑’이 되는 찰나 안와전두엽이 해골 밖으로 탈출하기는 조만장자나 백만장자나 차이 없다. 인간 세상 이치다.
명신네 일당 반란 뒤 우리 사회는 단군 이래 가장 큰 규모로 커밍아웃 사태를 겪고 있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사대 매판 세력이 남김없이 본색을 드러내는 중이다. 주둥이 열고, 몸뚱어리 내돌리고, 낯짝 구겨댈 때마다 사악한 기운이 쏟아져 나오는 까닭은 저들이 쓴 인두겁 안이 텅 비어 있어서다; 인두겁만으로 인간 놀음을 해왔던 탓이다.
점입가경 폭로되는 목불인견 범죄상은 요샛말로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더는 그 행태들을 입에 담고 싶지 않다. 나는 정치든 역사든 거대 담론은 말할 자격 없으니 그저 내 깜냥에서 이런 소망 하나 지닌다: 이 심판과 정화 시대를 건너면서 우리가 쓴 인두겁 값어치만이라도 제대로 지키고 사는 사람들 세상으로 바뀌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