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미래변화연구소 소장)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그대로 싣는다


실제 범죄 심리 연구에서 밝혀지는 진실은 종교는 윤리와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범죄 통계를 보면 무신론자보다 종교인이 더 많았다. 심지어 독일 범죄심리학자이자 피해자학의 창시자인 한스 폰 헨티히(Hans von Hentig, 1887–1974)는 “범죄 가능성을 줄이는 가장 강력한 예측 변수 중 하나가 종교 조직에 속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왜일까? 종교는 자비와 사랑을 강조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이렇다. 무신론자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은 현행법이다. 즉, 자신의 도덕적 바운더리를 법이 규정한 것에 최소한 맞추고 행동한다는 점에 있다. 특별히 어떤 신념도 현행법보다 크게 두지 않는다.
반면 종교인의 도덕적 바운더리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다. 그래서 종교인들이 오히려 세속법을 무시할 확률이 크다. 먼데 가지 말고 공공 장소에서 확성기로 전도나 찬양하는 행위를 보자. 이로 인해 소음이 발생하고 타인에게 불편함을 끼치는 것은 ‘인근 소란죄’에 해당하고, 신고 없이 다수가 모여서 하면 집시법 위반이다. 그러나 이를 인지하는 종교인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저들에게는 그것이 불쌍한 영혼들을 구원하는 사랑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종교의 진짜 문제는 그 신념이 세속법을 뛰어넘는다는 점에 있다. 종교인은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세속법이 충돌할 경우 주저 없이 법을 어기는 쪽을 선택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사랑제일교회 특임 전도사가 붙잡혀 갈 때 미소를 보자. 그는 죄를 지은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다. 하나님을 위해 거룩한 임무를 수행한 기쁨의 얼굴이었다.
저 옛날 십자군의 살육도 그랬고, 마녀사냥도 그랬고, 이슬람의 성전도 그랬고,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는 현대 유대교의 만행도 그렇다. 저들은 모두 신의 뜻을 수행한다고 생각한다. 다 나름대로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종교 테러리즘의 근원이다.
현대 종교라고 안심할 수 있는가? 당장 종교 지도자들이 신도들에게 세속법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모습을 난 본 적이 없다. 그들은 보통 하늘의 법을 가르친다. 그리고 그것은 언제나 세속법을 초월한다.
사이비로 갈수록 이것은 더 심해진다. 교주의 말에 절대순종 하는 것이 하늘의 법이기 때문이다. 교주를 위해 재산을 바치고, 몸을 바치고, 필요하면 그를 위해 사람도 때리고 공공 건물도 부수고 테러도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하늘의 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정상 종교와 사이비를 아주 간단하게 구분한다. 법을 준수하면 정상 종교, 법을 어기면 사이비다. 본인들끼리 이단이니 뭐니 하는 것은 사회적 입장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내가 길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아무리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국가라도 종교가 작은 법이라도 어기는 행태를 절대로 묵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다.
종교는 그 근원에서 언제든 범죄 집단화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이제 그만 인정해야 한다. 이것이 법을 조직적으로 어기는 사이비를 반드시 청소해야 하는 이유이고 정상 종교라도 국가 차원에서 계도와 관리가 필요한 이유이다.
종교가 국가의 도덕성을 이끌어줄 수 있다는 믿음은 인류가 품어온 오래된 환상이다. 그러나 인류 역사상 신정국가가 아름다웠던 사례는 단 한 건도 찾아볼 수 없다. 현대라고 다를까? 남미 마약 카르텔의 대부분은 카톨릭 교도고, 로힝야족을 학살한 사람들은 불교도고, 오늘날 전 세계 극우 테러리즘을 주도하는 이들은 개신교도다. 이렇듯 신을 믿는다고 해서 특별히 도덕적이지 않다는 것은 현대 사회만 봐도 명백하다.
내가 특정 종교를 비방하거나 종교 무용론을 주장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게 아님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종교인중 훌륭한 사람이 있다는 것도 잘안다. 그러나 이 또한 케바케고 다만 종교 집단의 도덕적 불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국가가 종교가 도덕적으로 엇나가지 않게 걱정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말이 하고 싶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종교가 도덕성을 높여준다는 것은 인류가 오랫동안 품어온 환상이다. 실상 그 반대 사례가 더 많다. 그래서 종교는 가만 놔두면 좋아질것이라는 이 환상을 버릴 때, 진정한 종교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나라가 될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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