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경근(416 희생자 단원고 유예은 부친)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그대로 싣는다


특조위, 특검. 진상규명을 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정부와 검찰을 믿을 수 없어서였다. 특수단은 사기였다. 진상규명의 막을 내려버리려는 윤석열의 수작일 뿐이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고삐 잡고 끌고 가보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아니 네 발 모두 땅에 박은 채 어디로도 갈 생각이 없던 죽은 소, 가짜 소였다.
특검 후 헛지랄 고삐질 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진상규명의 과제와 방향을 논한다? 이런 거 다 죽은 자식 불알 만지는 일이 되어버렸다. “그만큼 했으면 됐지 뭘 또 해!!”라는 비웃음만 남았다.
오아시스가 어느 쪽에 있는지 만날 밀고 당기기만 하다가는 다 타 죽는다. 죽은 자리가 오아시스로 가는 길인지 아닌지도 모른채. 본능적으로 방향을 알고 뚜벅뚜벅 걷는 낙타를 타야 갈 수 있는 곳이 오아시스다.
특수단은 사기였으니 언급할 가치도 없다. 특조위는 사방팔방으로 노를 저어 빙글빙글 제자리만 돌다 침몰했다. 사방팔방 노를 젓게 만든 국회는 오히려 특조위를 비난했고 정부는 대놓고 밑창에 구멍을 냈다. 특검은 반쯤 잠긴 이 배를 끌고 가까운 섬에라도 가겠다 호언장담 했지만 오히려 더 깊은 곳으로 끌고 가 인양시도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아직도 진상규명 출항조차 하지 못했는데 주변에서는 연필 한 타스, 공책 한 권을 흔들며 안전사회 포스터 그리기, 표어 짓기를 강요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일은 세월호참사 뿐만 아니라 반복되는 대부분의 재난참사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
어떻게 해야 출항도 못하고 주저앉아 마른 눈물 삼키며 먼바다만 하염없이 바라보는 이런 상황을 끝낼 수 있을까?
배를 만드는 데에만 신경 쓰다가 더 중요한 노꾼을 놓친 것이 잘못이었다. 사회적 재난참사가 정쟁과 장사가 되지 않게 하려면 본능적으로 가야 할 곳을 아는 노꾼들에게 노와 키를 맡겨야 한다.
이런 생각을 간단히 정리해 이재명 대통령에게 제안을 했다. 부디 깊이 숙고해 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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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한민국을 위해 대통령님께 제안합니다.
끊이지 않는 재난참사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원인을 규명하고 이에 기반한 대책을 타협 없이 실행하고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피해자들이 납득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유가족 등 피해자들을 다시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해서는 안됩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이 제안을 드립니다.
사회적 재난참사 발생 시 피해자들의 인권과 권리를 보장하고, 피해자들이 직접 참여해 재난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실행하는 ‘독립적인 상설 지원•조사기구’가 필요합니다.
재난참사의 피해자와 전문가가 함께 하는 ‘독립적인 상설 지원•조사기구’는,
1. 재난참사 발생 시 같은 아픔을 먼저 겪은 피해자들과 관련 전문가들이 먼저 달려가 정신이 없을 피해자들의 인권과 권리(수습, 원인규명, 처벌, 대책 마련과 실행의 전 과정에서 배제당하지 않을 권리)를 위해 조언•지원합니다.
2. 피해자들이 조사와 수사를 공유하고 의견을 개진하며 조사•수사과정에도 참여합니다.
3.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경우 기소합니다.
4. 진짜 원인에 기반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대책이 지속적으로, 제대로 실행되는지를 피해자들이 직접 확인하게 합니다.
글로는 자세히 말씀드리기가 어려워 간략히 정리했지만, 이러한 제안은 제 상상 속에서만 나온 것이 아닙니다. 이미 프랑스에서는 재난참사피해자단체연합회인 ‘FENVAC’이 법무부와 함께 위와 같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기소에 참여하기까지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구지하철화재참사, 인하대봉사단춘천산사태참사, 씨랜드화재참사, 고 김용균 유가족, 고 이한빛 피디 유가족 등이 직접 원인을 규명하고 이에 기반한 대책을 요구하며 타협 없이 투쟁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매우 큰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유가족을 ‘불가촉 별종’이 되게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매우 큰 손실이며 불행입니다. 먼저 떠나보낸 자식과 가족 앞에서 어떠한 타협도 없이 오로지 재발방지에 모든 것을 내걸 수 있는 사람들을 이 사회가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역할을 부여할 때 대통령님이 강조하시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는 국가”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조국 전 대표께서 법무부장관 청문회 당시 발표한 장관공약 중 “다중피해안전사고”에 대한 내용 중 피해자 지원은 물론 ‘전문자문단’을 대검에 설치해 피해자의 참여 또는 의견개진을 제도화하려는 내용이 있습니다. 지금은 검찰개혁을 실행하는 단계이기에 이보다 더 적극적인 방안이 필요할 것입니다.
세월호참사 진상규명도 여전히 부족합니다. 304명의 생명에 대해 제대로 책임진 이가 없다는 게 이를 방증합니다. 대통령님께서 필요하시다면 “왜 구하지 않았는지, 왜 책임을 묻지 않는지”를 밝히기 위한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에 대해서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세월호참사에 대한 대통령님의 소신을 잘 알고 있지만 정부여당 내의 반발이 걱정입니다.
아무쪼록 재난참사가 더이상 정쟁의 대상이 되지 않고 피해자의 역할이 안전한 사회의 초석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드리는 이 제안을 꼭 살펴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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