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희종(서울대 명예교수)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그대로 싣는다
많은 이들이 나이 들어가며 접하게 되는 치매(Dementia)를 정신을 잃는다는 것으로 착각한다. 아밀로이드 축적 등으로 뇌세포가 죽어서라고. 전형적으로 치매를 생물학적 형태로만 파악하는 외눈박이 관점이다.
종종 방금 식사를 했으면서도 기억 못하고 다시 밥 달라는 치매는 몸의 신호를 무시한 왕성한 정신 작용의 발현이다. 몸에 의해 형성되어 몸과 함께 작동하던 정신 작용의 통제 불능 활약인 셈이다.
몸이라는 ‘안이비설신‘에 의해 만들어진 ’의식’이기에, 나이 들어 신체 기능이 떨어짐에 따라 몸에 의한 연결과 관계성이 약해져 정신 작용 자체가 제멋대로 발현 되는 현상이 치매다.
이는 암 세포들이 주변 조직과의 정상 소통이 망가져 주변과의 관계성이 깨지면서 제멋대로 분열해 자라나는 것과 유사하다. 면역 네트워크를 이루는 많은 세포와 물질이 건강하지 않을 때 암이란 질병이 나타나듯이, 뇌신경망의 여러 세포 건강성이 무너져 정신작용이 제멋대로 작동할 때 치매가 된다. 즉, 신체와 정신이라는 ‘안이비설신의’의 통합성이 깨짐으로서 ‘의식’이 몸과의 관계성을 벗어난 상태.
이는 몸의 통합성이 지체에서 무너져 팔다리가 따로 움직이거나, 감각 중의 하나가 별도로 움직이는 경우와 다르지 않다. 치매란 정신을 잃는 것이 아니라 몸의 통합성을 잃어가는 것이다. 전형적인 환원론에 근간해 뇌세포 속 아밀로이드 등의 원인 물질 찾기로만 해결하겠다니, 훗날 얼마나 원시적 접근이라 할 것인가(근대 과학이 그렇지만). 내 관점으로 보면 아밀로이드 등의 물질은 원인물질이라기보다는 결과물인 셈이다.
생명체는 몸 기반임을 잊고 정신을 독립시켜 형이상학의 의미 부여해 온 인류 문화가 치매의 함의를 가려버린다. 고령화로 신체가 노쇠해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등장하게 되는, 몸의 다른 감각과 분리된 정신 작용이라니… 모든 것은 관계와 균형이 통합적일 때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