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산길 걸어 퇴근하다가 결빙된 눈을 밟는 바람에 나뒹굴어 얼굴은 물론 손가락과 무릎까지 여러 군데 찰과상을 입었다. 놀란 가족이 나를 데리고 간 곳은 화상, 욕창, 당뇨발같이 중한 외상 전문 치료 양의원이었다. 양의사와 간호사 여럿이 익숙한 손놀림으로 신속하게 드레싱 해주었다. 각 부위 작업을 진행할 때마다 되풀이해서 넓게한다는 설명을 붙였다. 나는 그게 그들 의학으로 내게 적합한 치료라고 신뢰해 맡겼다. 출근해서 거울을 자세히 보니 마치 화상 입은 사람처럼 거의 얼굴 전체가 하얀 붕대로 뒤덮여 있었다. 그 상태로는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고, 심지어 코를 풀 수도 없었다. 계속해서 적응을 시도했지만 불편함이 분노를 일으킬 지경에 이르자 나는 비교하기 위해 딱 두 군데만 그대로 놓아두고 저들 드레싱 거의 전체를 해체했다. 스스로 소독하고 상처마다 아로마 정유를 바른 다음 그대로 공기 중에 드러내었다. 아래 사진은 한나절 놔뒀다가 푼 엄지손가락 부위다. 푼 즉시 사진이 위 것이고, 푼 다음 3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태가 아래 것이다.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양의원에 전화를 걸어 다음 예약을 취소했다. 저들 치료를 계속 받는다면 치료 속도가 늦어질 뿐만 아니라 화학 합성 물질을 되풀이해서 바르고 먹어야만 할 테니 용납할 수 없어서였다. 약을 써야 한다고 하더라도 천연 약물로 얼마든지 가능한 치료를 구태여 그 백색 독극물에 몸을 맡길 며리가 없어서였다. 더 중요한 문제는 몸이 스스로 치료할 기회를 주지 않는 양의학을 용서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양의학은 다친 사람 몸을 고장난 기계로 취급한다. 모독도 이런 모독이 없다. 우리 몸은 무수한 생명체가 공생하는 네트워킹 사건으로서 죽음에 이르는 엄중한 질병이 아닌 한 스스로 웬만한 치료를 다 할 수 있다. 이 능력을 없는 것으로 전제하고 외부에서 화학 합성 물질 동원해 증상이나 완화하는 처치로 치료에 갈음하는 양의학은 정착형 식민지 건설하려 토착민을 비인간 취급하고 자기 문명을 강제로 이식한 앵글로아메리카 제국주의 의학 판본이다. 이 제국 부역 의학에 맞서 나는 최소한으로 소독하고 아로마 정유 바르는 일만 행함으로써 스스로 치료하는 몸 도와 싸운다. 승부는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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