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윤석열한테 사냥당해 멸문지화를 입은 조국이 끝내 판사 엄상필한테 사법 살해당해 감옥행으로 내몰렸다. 사법 카르텔 전형이다. 윤석열이 지금 벌이고 있는 미친 내란이 그때 그 살육 난동에서 출발했다는 커다란 문맥에서 보면, 조국이 유죄인 건 사실 아니냐 하는 사람들 논리는 민주당이 너무 몰아붙여 계엄 했다는 논리와 다르지 않다. 윤석열이 임명한 엄상필한테 정의로운 판결을 기대한다고 말한 사람들 소망은 김명신이 뉘우치고 제 서방한테 사퇴하라 지시하기를 바라는 일과 다르지 않다. 사법 쏠림 임계점에 도달한 살풍경은 참담하고 처연하다.
이 과도한 사법 쏠림은 식민지 유제 핵심이다. 왜놈 제정 시대 독립투사를 의법 살해하던 부역 판검사들이 대한민국 판검사로 둔갑해 이승만에서 박정희까지 특권층 부역자 권력 마름 노릇을 하는 동안 한껏 힘을 불려 온 결과가 오늘 벌어지고 있는 이 참극이다. 단순히 민주주의, 자본주의 맥락에서 해석할 일이 아니다. 윤석열과 결이 같은 정치 판검사 패거리 뒤를 파보면 결국은 제국에 부역한 특권층 조상이 나온다. 이들을 척결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은 허울일 뿐이다. 사법 제도 자체, 구성원 교육·양성 시스템, 사회 위상 모두를 전면 변혁해야 한다.
판검사 사회 위상 문제를 자세하게 이야기할 며리가 있다. 내 법대 동기나 선후배가 즐비하게 그 판에 있어서 조금은 더 잘 알기에 정색하고 화제로 삼는다. 달라졌는지 모르지만 내가 20대일 때 저들은 사법연수원생 시절부터 서로를 “영감”이라 불렀다. 물론 조선시대 대감 바로 아래 높은 벼슬아치 이름이다. 이 존칭은 왜놈 제정 시대 식민지 판검사 놈들한테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이 “영감” 의식 압권은 반말이었다. 연수원 인근 식당에서 어머니뻘 종업원에게 새파란 “영감” 놈이 말 꺾는 꼴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게 끝이 아니다.
반말 들은 그 종업원 표정이 영락없는 여종이었다! 당연하다는 듯 다소곳했다. 사실 이 놀라운 풍속도는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일반 소시민이 판검사를 얼마나 대단한 존재로 여기는지 모른다면 대한민국 사람이 아닐 테다. 심지어 한때 이 나라 대통령이었던 박근혜도 사시 출신자라면 사족을 못 썼다. 이런 식민지 의식이 저 “영감”을 모시고 올라간 자리가 참으로 가관이다. 검사는 자기를 정의의 “사도”로 여긴다. 판사는 자기를 “현자”로 여긴다. 사도는 언제나 옳다. 현자는 언제나 바르다. 메타인지가 들어갈 구멍이 없는 종자다. 저들은 인간이 아니다.
해마다 한두 번은 사도와 현자 출신 대학 동기 몇몇과 모임을 가진다. 거기서 나는 대체로 침묵한다. 대화를 주도하는 공안검사 출신 친구가 뱉어내는 정보는 대체로 아스팔트 극우 유튜버 수준이다. 부장으로 있을 때 윤석열이 초임 인사 왔던 ‘추억’을 얘기하며 사석임에도 그는 대통령“께서”라는 높임말을 썼다. 40년 전과 정반대로 놀랐다. 조국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한 문재인을 비판하며 그 근거로 윤석열 공소장을 제시했던 어떤 진보 지식인 얼굴이 문득 떠올랐다. 얼마나 더 시간이 흘러야 참 사도와 현자에게 법 맡기고 안심할 수 있는 나라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