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내희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그대로 싣는다
지난해 9월 22일 유엔 총회에 참석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제 ‘중동’ 평화의 새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하며 지도를 한 장 펼쳐 보인 적이 있다. 그 지도에는 이스라엘의 영토가 그려져 있었는데, 그 안에는 가자와 웨스크뱅크는 삭제되어 있었다. 네타냐후가 평화를 운위한 것과는 달리 새 중동에 팔레스타인인들이 설 자리는 없었던 셈이다.
1년 후인 올해 9월 27일 네타냐후는 다시 유엔 총회에 가서 이번에는 지도 두 장 꺼내 들었다. 두 지도에는 각각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이 보인다. 하나는 ‘저주’, 다른 하나는 ‘축복’이다. 저주의 지도는 이란, 이라크, 시리아, 예멘을 검게 칠해 놓고, 축복의 지도는 이집트, 수단,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을 푸른색으로 칠해 놓고 있다. 주목할 점은 축복의 지도에는 이스라엘 영토가 레바논으로 확장되어 있고, 그 안에 레바논과 가자, 웨스트뱅크는 없으며, 시리아와 이란, 이라크는 공백으로 표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 것을 보면 네타냐후는 이란을 중심으로 한 저항의 축 나라들이 존재하는 서아시아를 저주의 상태로 보고, 이스라엘이 이집트나 수단 등과 동맹을 맺은 가운데 저항의 축 세력을 압도한 상태는 축복으로 보는 것이 분명하다.
네타냐후가 축복의 상태로 보는 이스라엘은 ‘대이스라엘(Greater Israel)’일 가능성이 크다. ‘대이스라엘’ 발상은 구약성서 앞부분인 토라에 대한 망상적 해석에 근거하여 이집트의 나일강과 시리아와 이라크에 있는 유프라테스강 사이의 영토가 모두 이스라엘 것이라고 보는 관점이다. 그것은 근대 이스라엘의 건국을 추진한 시온주의자들이 품었던 이스라엘에 대한 상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의회인 크네세트 입구에는 “그리고 주님이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시어 그에게 나일강에서 유프라테스강까지의 성지를 주시니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고 알려진다.
지금 이스라엘 정권에는 토라의 대이스라엘 신화를 문자 그대로 사실로 믿는 세력이 진출해 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과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이 그들이다. 이스라엘의 현재 정치에서 그들의 입김이 얼마나 센지는 팔레스타인인을 반드시 제거해야 할 아말렉 족속으로 규정해 자행되는 가자 지역에서의 인종청소가 작년 10월 이후 지금도 계속된다는 점이 말해주고 있다. 그들은 네타냐후와 함께 ‘대이스라엘’을 현실에서 구현해야 할 사명으로 본다. 이집트의 데일리 뉴스에 실린 한 기고문에 따르면 “최근에 이스라엘의 크네세트는 대이스라엘의 정통 인정을 유대인의 합법적 요구로 주장하는 법안을 통과했다. 더하여 그 의원들은 팔레스타인을 유대인에 대한 실존적 위협으로 간주하며 웨스트뱅크에서 팔레스타인 국가의 수립을 거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Marwa El-Shinawy, “Netanyahu revives the Greater Israel plan,” Daily News Egypt, 2024.10.15.).
그런데 대이스라엘의 망상에 사로잡힌 이스라엘에 미래가 과연 있는 것일까? 이스라엘이 지구상에서 온전한 국가로서 존속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이스라엘은 19세기 이래 시온주의자들이 서방 제국주의 세력의 지원을 받아 폭력적으로 건설된 ‘정착형 식민지’ 국가다. 식민지에는 두 유형이 있다. 정착형은 외부에서 온 식민자들이 원주민을 축출하고 식민지를 장악하는 경우다. 미국이나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이 그런 유형에 속한다. 다른 하나는 ‘착취형’이다. 이것은 원주민이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해 식민자들이 수적으로는 압도하지 못해 그들을 모두 제거하는 대신 착취하고 수탈하는 식민지 유형이다. 아시아의 인도나 아프리카의 남아공, 그리고 한국이 착취형 식민지를 경험한 나라에 속한다. 지금까지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서 정착형 식민지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셈이다. 가자 지역에서 인종청소를 자행하는 것은 그 연장선상의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이스라엘은 한술 더 뜨는 모양새로 보인다. 그동안 팔레스타인 옛 영토에서 추진해온 정착형 식민지 건설 프로젝트에서도 한 발 더 나가려 하는 것이다. 지난 1년 가자 지역을 초토화한 데 이어 최근에는 레바논을 침공했고, 이란까지 공격하고 있다. 점은 이스라엘은 이제 대이스라엘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은 레바논, 이라크,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에 속하는 거대한 영토를 자국의 영토로 만들어야 한다. 물론 그런 기획은 망상일뿐더러 실현되더라도 이스라엘을 저주의 구렁텅이에 빠뜨릴 공산이 크다. 실현되더라도 대이스라엘은 아랍인이 절대다수이고 유대인은 소수인 국가가 될 것이고, 과거 소수 백인이 절대다수의 흑인을 지배한 남아공처럼 아파르트헤이트 국가가 된다. 이스라엘이 그런 국가를 건설하는 것은 용납될 수도 없고 실현될 수도 없다.
사실 이스라엘은 현재 상태의 존립마저 어려워 보인다. 이스라엘을 유엔에서 축출해야 한다는 국제여론이 비등하다. 이유는 자명하다. 지난 1년 가자 지역을 대상으로, 그리고 최근 몇 주는 레바논을 대상으로 이스라엘이 자행한 전쟁범죄의 극악함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지상 최고로 도덕적인 군대’임을 자임하는 이스라엘 방위군의 포악한 반인륜적 행위, 그들의 반국제법적 폭력적 전쟁 수행 행태를 모르는 지구인은 드물다. 이스라엘 군대는 그들의 사악한 행동에 경악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완전히 무시함으로써 그들이 학살하고 고문하는 팔레스타인인, 레바논인만이 아니라 지구인 대다수도 적으로 만든 셈이다.
물론 미국과 유럽 등 서방에서는 아직도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국가와 정치계급이 존재한다. 서방 지배계급이 계속 이스라엘의 뒷배로 행동하는 것은 이스라엘이 역사적으로 그들의 프로젝트인 점과 무관하지 않다. 이스라엘 프로젝트는 서방이 근대 초 이후 비서방에 진출해 식민지 특히 정착형 식민지를 건설하며 해온 관행의 꼭 닮은 연속이다. 유럽국가들이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아시아 등으로 진출하면서 학살하고 살해하고 고문하고 착취하고 수탈한 인구는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많다. 유럽과 북미 등 서방 국가 정치계급이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급해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이란, 예멘 등을 폭격하게 하는 것은 이스라엘이 그들이 원래 해오던 것을 그대로 하고 있고, 그들이 하려는 것을 대신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대이스라엘 프로젝트는 물론이고 이스라엘 프로젝트 자체도 미래가 불확실해 보인다. 이스라엘은 정착형 식민지를 만들어 오며 잔인한 군사 국가의 모습을 견지해왔다. 서아시아에서 이스라엘은 유럽에서 굴러온 돌로 만들어져, 폭력을 통하지 않고서는 존립할 수 없던 나라다. 1948년의 건국은 팔레스타인의 원주민들을 대거 학살하고 전치한 나크바를 통해 이루어졌고, 지금 이스라엘 방위군이 대량 학살하는 가자 주민 대부분이 나크바를 겪은 사람들의 후손들이다. 이스라엘은 건국 이후에도 방위를 내세워 이웃 국가들과의 전쟁을 계속 치러왔다. 건국된 지 75년이 지나며 군사적 우위를 지키지 못했더라면 이스라엘의 존립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이스라엘의 군사적 우위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1967년의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요르단, 시리아를 선제공격하여 대승을 거두며 시나이반도를 정복하고 골란고원을 점령하는 데 6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당시 전쟁이 ‘6일 전쟁’으로 불리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러나 2006년에 레바논의 헤즈볼라 세력과 벌인 전쟁에 이르게 되면 이스라엘은 더 이상 상대를 압도적으로 제압하는 막강한 전력을 보여주지 못하게 된다. 당시 한 달여 진행된 전쟁의 승리자는 헤즈볼라였다.
지금은 이스라엘의 무능이 더 명확해 보인다. 지난 1년 미국과 유럽의 지원으로 가자와 레바논에 엄청난 폭격을 일방적으로 가했는데도 이스라엘은 승전을 올리지 못했다. 이스라엘이 능한 것은 딱 한 가지다. 가자에서든 레바논에서든 주요 인사들을 야비하게 암살하고 민간인을 무참히 학살하기로는 누구도 이스라엘을 앞서기 어렵다. 이스라엘의 포악함은 과거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나치가 유대인에게 보여준 잔인함을 능가한다는 평을 받는다. 이스라엘의 정치계급, 상층부 인구만이 잔학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 시민 대중도 외부에서 온 구호물자가 가자 지역에 들어가는 것을 막고 나선다. 고통받는 팔레스타인인을 같은 인간으로서 보는 것이 아니라 개돼지로, 죽여 없애야 할 아말렉으로 보기에 그런 행태를 보일 것이다. 도덕적으로도 이스라엘은 국가로서 존립할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9월 말, 10월 초에 5개 사단 이상, 5만 명의 병력을 동원해 레바논을 침공했으나 아직 마을 하나 점령하지 못한 상태다. 국경 안으로 기껏해야 2킬로 정도 진입했다가 헤즈볼라 군의 반격으로 바로 후퇴하는 일이 반복되는 가운데, 10월 말 1주 동안에는 70명 가까운 전사자를 냈다는 소식도 있다. 일방적인 폭격으로 팔레스타인인 4만 3천 명가량 이상이 죽임을 당한 가자에서도 이스라엘은 아직 군사적 승리는 거두지 못한 상태다. 하마스 군이 아직도 건재한 것이다.
이스라엘이 10월 26일에 이란에 가한 공습도 완전한 실패로 끝났다. 서아시아 지역 전문가인 알라스테어 크룩이 유투브 채널 저징 프리덤(Judging Freedom)에 나와서 한 말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그날 3차례의 공습을 계획했던 모양이나 이란의 방공망이 예상외로 막강하여 제1차 공습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10월 1일에 이란이 이스라엘의 공군기지 등 전략 자산을 정확하고 위력적으로 공습한 것과는 전혀 딴판의 모습이었던 셈이다.
거의 초법적으로 건국되어 75년 이상 이웃 국가들과 평화를 추구하는 대신 패악질만 부려온 나라가 계속 존립할 가치가 있을까? 이스라엘은 지금 서방, 특히 미국의 막강한 지원을 받으며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이라크, 시리아, 그리고 이란에 대해 적대적 행위를 하고 있지만, 미국도 제국으로서는 전성기를 넘긴 상태다. 미국의 뒷배가 사라지거나 약해지면 이스라엘은 구명정 없이 서아시아 대해에 빠진 생쥐가 된다. 이전에는 이런 전망이 언어도단처럼 여겨졌을는지 모르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6일 만에 이집트와 시리아 등에 압승을 거둘 수 있었던 1967년은 너무 먼 과거가 되었다. 2020년대의 서아시아는 이제 전혀 다른 지정학적 구도를 형성했고,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 등 서방의 군사외교적 위력은 대폭 감소한 상태다. 현실이 그렇게 변했는데 반인륜적이고 반국제법적인 침략행위를 계속하고, 더군다나 지구인 전체가 보고 있는데도 그것을 무시하고 버젓이 사악하고 잔혹한 학살행위, 인종청소 행위를 하는 나라가 이스라엘이다. 그런 나라에 미래가 있겠는가? 있어야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