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독식이 미덕으로 자리 잡은 세상이다. 몽땅 가져가는 이득에 지식이 들어 있다는 사실은 똑똑 깨나 한 사람도 잘 눈치채지 못한다. 이렇게 뒤집어 말하면 알아차리기 쉽다: 지식을 독점한 자가 승자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렇게 말하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처절한 진실이 된다: 처음부터 독점하기 위해 지식을 쌓고, 그 독점지식으로 세상을 지배한다. 이름하여, 제국주의다. 제국주의는 정복하고 살육하는 흉기로 지식을 생산한다; 그 지식을 구가해서 재생산한다. 무한 증식하는 지식은 그러는 자본보다 먼저 제국주의가 일으킨 사업이다. 지식은 몰살하는 재능이 되고 그 재능은 공생하는 덕을 이긴 지 오래다.
패배한 공생 덕, 그러니까 지혜는 고대로 묵묵히 침잠했다. 고대 비전을 간직해둔 우리는 오늘 문득 그 지혜 소리에 잠을 물린다. 독식 승자 제국주의 조종을 깨우는 웅얼거림이 도저한 파동을 타고 심장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몸 씻고 마음 다듬고 꿇어엎드린다. 바다로 난 문을 열고 숲으로 난 길을 따라 발원을 올린다. 손에 손잡고 춤추며 저마다 노래해 약속 없이 화음 한다. 화음으로 제국 성채는 금이 가고 갈라지고 무너져 내리며 우리를 뒤덮는다. 우리는 피 흘리며 쓰러져도 춤을, 노래를 멈추지 않는다. 삶과 죽음을 가로질러가 여기 다시 번지는 팡이실이 지혜를 축원한다; 그 공혜(共慧)를 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