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주 동안 물 걷기를 했다. 한강, 특히 경강(京江) 중심으로 걸으면서 이런저런 서사를 만지작거렸다. 숲에서와 달리 아픈 물 몸 냄새를 맡고 그 매운 기운을 통증으로 감지하면서 한층 더 깊은 지경으로 걸어 들어가는구나, 했다. 그러는 동안 이 문제를 화두 삼을 때 여태까지와는 뭔가 다른 사유를 해야 한다는 통찰이 찾아왔다. 그 이야기 들머리를 열어 볼 때다.

 

몇 번 툭툭 던지고 지나쳤던 질문을 아금박차게 한다: 물은 무엇인가? 아니. 물은 누구인가?

 

먼저 물이 본디 숲이라는 이야기부터 다시 불러온다. , 그러니까 바다 생명이 뭍으로 올라와 이룬 숲은 물이 덜 있는 바다다. 덜 있다는 말은 단순히 양만을 뜻하지 않는다. 질도 그렇다. 이를테면 뭍 속, 껍질, 바깥에 있는 모든 물은 민물이다. 뭍에 사는 생명체 몸속에는 소금물이 들어 있지만, 그들이 몸 밖에서 섭취하는 수분은 특별한 예외를 빼고는 모두 민물이다.

 

인간 몸은 바다를 담고 있다. 하여 민물을 몸속 정맥에 주사하면 죽는다. 입부터 항문까지, 넓은 의미로 말하는 창자, 곧 장()은 엄밀히 말하면 인간 몸이 아니다. 대롱인 몸 안쪽에 있는 바깥이다. 하여 바닷물을 직접 마시면서 살 수는 없다. 이런 이치는 바닷속과 바다 밖 관계를 그대로 반영한다. 어떤 교언으로도 인간 생명이 물에서 발원했다는 진실을 왜곡할 수 없다.

 

이 진실은 단지 인간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물이 필수적이다, 뭐 이런 도구 차원하고는 전혀 다르다. 생명체와 물은 완전히 포개지지 않는 그 이상으로 완전히 쪼개질 수 없다. 물 자체는 생명체가 아니지만 생명체를 형성하는 계기·기조이므로 비생명이 생명을 창조했다는 표현은 지나친 수사거나 생명 모독일 수 없다. 생명이 비생명에 우선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생명에 관한 한 모든 물이 다 물이지는 않다. 액체 물만 물이다. 액체 물에서만 삼차원 생체 고분자(biopolymer: polynucleotide, polypeptide, polysaccharide)가 형성 유지되기 때문이다. 생명 품은 액체 표층수는 태양계에서 지구에만 존재한다. 지구에 생명이 존재하는 근거가 액체 물이므로 이 물 고리를 벗어난 생명은 존재 불가능하다.

 

이 놀라운 사실 말고 더 놀라운 사실이 하나 더 있다. 물 고리, 그러니까 생명 고리를 존재 가능하게 하고 유지하는 주체가 바로 달이라는 사실이다. 달이 지구 주위를 공전하면서 지구 공전 궤도가 생명 공간을 유지할 수 있게 균형 잡는다. 지구 자전축 안정도 달이 좌우한다. 이를테면 달은 태양계 생명 시스템 거대 에너지 전류를 제어하며 조절하는 미세 정보 전류다.

 

내친김에 아금박찬 질문 하나 더한다: 달이 지구에서 점점 멀어진다는데 생명은 어찌 될까?

 

지구 자전 주기가 어떻고, 조수 간만의 차이가 어떻고 말하지만, 달이 지구 중력장을 벗어나 우주로 사라진다면 지구 공전 궤도가 태양에서 멀어질지 가까워질지 말하는 이는 없다. 멀어지든 가까워지든 물 고리를 벗어나면 생명은 끝이다. 아직도 인간은 달이 누군지 모른다. 물이 달 물이라는 사실은 더욱 모른다. 여기가 제국과학의 한계다. 범주 인류 과학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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