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내희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그대로 싣는다.



아래 올린 것은 일주일쯤 전에 튀르키예의 국영 안달루 통신이 게재한 것이라며 SNS에 빠르게 퍼지던 사진이다. 우크라이나군 34기갑연대 소속 병사라는 사진 속의 군인들, 너무 늙어 보이지 않는가? 언뜻 보기에 60대 후반 연배는 되는 것 같다. 늙은 것만이 아니라 병색도 엿보인다. 우크라이나군대의 병력이 고갈되고 있다는 소식이 오래전부터 들리더니 이제는 저런 사람들을 전선에 배치해야 하는 모양이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지금 우크라이나의 길거리 등에서 붙잡혀 징집되는 병력은 단 사흘 훈련만 받고 전선에 배치된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전사하면? 군대 오기 전에 인터넷에서 전투하는 법을 배워서 와야 전장에서 살아날 확률이 높은데 빨리 살상된 것은 미리 준비하지 않은 탓이니 자기가 책임질 일이라 한다고도 한다. 결국 억지로 전장에 끌려와 죽는 사람만 억울한 셈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이 저기 사진 속에 보이는 늙고 병든 병력을 데리고는 전쟁을 치를 수는 없을 것이다. 최근에는 전선이 크게 확장되었다는 말도 들린다. 2022년 말 이후부터는 헤르손, 자포리자, 도네츠크, 루한스크를 중심으로 펼쳐졌던 전선이 이제는 우크라이나 동북부 지역인 하르코프와 수미로까지 넓혀졌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무기도 모자라지마는 병력이 크게 부족한데 전선이 확장되면 될수록 불리할 수밖에 없다. 지금 가장 중요한 전투는 차소프 야르라는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다. 물론 다른 데서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다. 그동안 전황이 없던 하르코프와 수미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전선을 펼쳤다는 소식도 있다. 그럴 경우 우크라이나군은 부족한 병력을 다시 쪼개 그쪽으로 배치해야 할 것이다. 이래저래 우크라이나는 어려워지고 있다. 며칠 전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의 하루 사상자 수가 2,100명을 넘겼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전선의 상황이 갈수록 엄혹한데도 우크라이나의 지도부나 우크라이나를 후원하는 미국과 유럽국가들은 태도를 바꿀 기색이 전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더 호전적으로 된 것 같다. 최근에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자국이 제공하는 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영토 안을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치를 하기도 했다. 그동안 미국은 러시아와의 직접적인 군사적 갈등은 피하려고 우크라이나군에 자국 무기를 지원하면서도 그것을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지역 내부에서만 사용하도록 제한했는데, 이제는 그런 제한을 풀어 러시아 영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직은 우크라이나가 공격할 수 있는 지역을 우크라이나와 가까운 러시아의 접경지역으로 한정해놓고 있기는 하나, 우크라이나가 미국 말을 듣지 않고 러시아 영토 깊숙이 있는 군사 시설, 특히 핵공격 탐지레이다 기지를 공격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크라이나는 5월 23일 자국 드론을 이용해 크라스노다르 지방 아르마비르 소재 핵무기 탐지 레이다 기지를 공격한 바 있다. 만약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이나 다른 나토국가가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로 비슷한 공격을 한다면 러시아는 미국과 나토가 자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은 것으로 간주할 것이고,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할 가능성이 크다.

제프리 로버츠는 러시아 전공자로 아일랜드 코크대학의 명예교수다. 그는 스탈린 연구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최근에 그가 쓴 『스탈린의 서재 : 독재자의 책읽기와 혁명』의 한국어판(김남섭 역, 너머북스, 2024)이 나오기도 했다. 아래는 로버츠 교수가 최근에 Dialogue Works라는 팟캐스트에 나와서 한 발언의 일부를 옮겨 본 것이다.

“나는 이전에 러시아와 나토 간의 대규모 재래식 전쟁 가능성에 대해 말했었다. 나토국가들은 그런 전쟁을 할 준비가 실제로 되어 있지 않으며, 러시아가 쉽게 이길 것이라는 사실도 말했었다. 이것은 이런저런 이유로 전쟁이 일어나면 모든 것이 삽시간에 핵 타격으로 확전될 것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확전이 러시아 측에서는 오지 않을 것이다. 서방에서 온다. 이것은 엄청난 위험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당신의 걱정을 함께한다. 이번 군사적 갈등 내내 나는 확전의 위험에 대해, 세계가 역사상 어느 때보다 훨씬 더 심각한 핵전쟁의 위협에 처해 있다고 경고해왔다. 현대는 다른 어떤 시대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쿠바 미사일 위기를 포함해 다양한 위기와 갈등, 국제적 긴장과 대립이 있던 냉전 시기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존망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그 위험은 환상이 아니다.”

역사가 꼭 반복하는 것은 아니다. 반복하더라도 역사는 전과 똑같이 반복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반복할 때 역사는 운(rhyme)을 맞춘다는 말이 있다. 엇비슷할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만약 우크라이나군이 나토 무기를 사용해 러시아 전략적 시설에 대한 타격을 감행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을 떨어뜨린 것과 운을 맞춘 일이 일어나면? 이런 생각이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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