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내희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그대로 싣는다
최근에 들어와서 러시아(이하 러샤)와 우크라이나(이하 우크) 간의 전쟁 양상이 러샤 쪽으로 급격히 기우는 모양새다. 그 점을 보여주는 한 지표가 최근에 우크군이 내는 사상자 수가 아닌가 싶다. 2024년 5월 5일〜10일 6일 동안 6,460명, 5월 11일〜17일 1주일 동안 9,565명, 5월 18일 하루 1,725명, 19일 1,880명, 20일 1,260명, 21일 1,660명, 22일 1,330명, 23일 1,740명. 이상은 텔레그램 채널 슬라비안그라드에 올라온 우크군의 사상자 관련 보도를 종합한 통계다.
우크군의 사상자가 많아도 너무 많다. 5월 5일〜10일 사이는 하루 평균 1,077명, 11일〜17일의 1주일은 하루 1,366명, 그리고 5월 18일 이후 6일간은 하루 1,600명 수준인 셈이다. 우크의 사상자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고 여기는 사람은 통계를 발표한 것이 러시아 국방부임을 문제로 삼을 수도 있다. 자국의 전과를 내세우느라 국방부가 사상자 수를 부풀을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자국의 전과를 축소하는 경향은 있어도 과장하는 경우는 드문 편으로 알려진다(러시아는 미국 등 서방 제국주의가 오판해서 확전하지 않도록 전쟁을 매우 조심스럽게 수행하는 경향이 있다). 관련 보도를 한 슬라비안그라드는 친러샤이기는 하지만 우크 전쟁과 관련해 신뢰를 인정받는 매체다.
러샤군의 사상자는 어떨까? 러샤측 사상자가 많이 나온다는 보도는 많지 않다. 러샤의 사상자는 2022년 2월에 시작된 전쟁의 초기에 좀 많이 나왔고, 23년 초 바흐무트 공방이 진행될 때 증가했는데, 그 외에는 높았던 적이 별로 없었다고 알려진다. 특히 최근에는 전쟁 개시 이후 사상자가 최저라는 것이 정설이다. 이런 점은 영국의 BBC 방송국과 협동으로 러샤의 전사자 수를 확인해오고 있는, 러샤 반정부단체 미디어조나의 발표로도 확인된다. 미디어조나는 2022년 2월 24일〜2024년 5월 10일 사이 확인된 러샤측 전사자는 52,789명이며, 올 4월 29일〜5월 3일 사이 5일간 전사자를 최소 10명으로 잡고 있다. 사상자는 전사자의 세 배 정도로 잡기도 하니 지금까지 러샤측의 사상자는 15만명 안팎일 가능성도 있다. 우크는? 100만명을 육박하거나 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에 우크 대통령 젤렌스키의 신경질 또는 울화 행동이 부쩍 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군 장성들을 만나면 전황 보고가 정확하지 않다고 화를 벌컥 낸다 하고, 6월 15〜16일 예정으로 스위스에서 열릴 ‘우크라이나 평화 회의’와 관련해 키예프 주재 외국 대사들과 준비 모임을 하면서 우크의 입장을 지지해달라 ‘히스테릭하게’ 요구했다는 전언도 있다. 젤렌스키의 그런 태도는 우크가 대 러샤 전쟁에서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을 반영하는 것 같기도 하다.
지난 2년 반의 전쟁 중에 우크군이 그래도 승기를 잡은 것처럼 보였던 것은 2022년 가을에 하르코프 지역과 헤르손 지역을 탈환했을 때뿐이다. 당시 서방 언론은 러샤군이 와해하는 듯 호들갑을 떨었으나 우크가 거둔 ‘승리’는 자국군의 피해가 너무 큰 피루스의 승리였다. 그래도 그때 우크군이 공세를 펼쳐 일정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병력이 러샤군에 비해 훨씬 더 많았고, 미국과 EU 등 나토국가로부터 무기를 많이 공급받았던 덕분이다. 그러나 22년 겨울 이후 우크군은 계속 열세를 면치 못했다고 해야 한다.
러샤군은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동원령으로 30만, 자원입대로 월 4만 이상의 병력을 확보해 지금은 우크군보다 훨씬 더 많은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뿐 아니다. 전쟁 기간 광범위한 제재를 받으면서도 러샤 경제는 서방 어떤 나라보다 큰 성장세를 기록했고, 특히 군수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러샤의 방위산업이 예상보다 빨리 발전한 것은 미국의 합동참모의장 찰스 브라운도 최근에 인정한 바 있다.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이 우크군에 제공한 탱크나 자주포, 미사일 등은 모두 고가로 처음 제공될 때는 ‘경이의 무기’인 양 선전되었으나 전장에서 별로 효과를 보지 못했던 반면에 러샤의 탱크, 미사일, 드론, 대포 등은 가격은 훨씬 싸면서도 성능은 나토군 무기를 능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크는 지금 특히 병력이 절대로 모자란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에 동원령을 내려 ‘대포 밥’이 될 사람들을 찾고 있으나 나라의 부름에 응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동안 징병관들의 무자비한 납치 행위를 목격한 남성들이 숨어서 나오지 않아 도시 거리가 텅 빌 정도라고 한다. 병력만이 아니라 무기가 부족한 것도 큰 문제다. 그동안 무기를 대주던 나토도 이제는 재고가 바닥난 상황인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에 우크군의 사상자 수가 급증한 것도 그런 점과 무관할 수 없다. 전투 유경험 병력은 오랜 복무로 다수가 희생되었고 생존해도 피로와 부상이 쌓였을 것이며, 새로 강제로 투입된 병력은 훈련과 경험 부족으로 전쟁 능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우크군의 사상자가 늘고 있는 것은 열악한 조건으로 군 사기가 크게 떨어진 가운데 갈수록 막강해지는 러샤군을 맞아 싸워야 하기 때문 아닐까 한다.
우크군이 승리할 가능성은 전연 없다. 남은 길은 항복이나 협상밖에 없는데 젤렌스키의 태도를 보면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우크군을 내세워 대리전을 치르는 미국에서 나온다. 최근에 미국의 국무장관 블링컨이 우크의 수도 키예프를 다녀갔다. 젤렌스키는 블링컨에게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로 러샤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동안 미국은 우크에 무기를 제공하면서 러샤의 레드라인을 넘지 않게 러샤 영토 공격은 금지해왔다. 우려스러운 것은 본국에 간 블링컨이 에이태큼스 미사일로 러샤 본토를 공격하는 것은 우크의 선택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5월 6일 러샤 외무부는 모스크바 주재 영국 대사 나이젤 케이시와 프랑스 대사 피에를 레비를 차례로 초치한 바 있다. 그것은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이 자국군을 우크에 보내겠다고 한 것과 영국 외무장관 캐머런이 자국이 제공한 스톰쉐도우 미사일로 우크가 러샤 영토를 타격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경고를 하기 위함이었다. 지금 블링컨이 미국의 미사일로 러샤 본토를 공격하는 것은 우크의 선택이라고 하는 것은 러샤가 영국과 프랑스에 제기한 경고를 무시한 것인 셈이다.
블링컨만도 아니다. 미국에는 지금 우크가 미국 미사일로 러샤를 타격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는 강경론자가 많다. 우크가 러샤에 하이마스 로켓포와 에이태큼스 미사일을 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등 뒤로 손을 묶는 셈이라고 하는 하원의 외교위원장 마이클 매콜이 한 예다. 하원의장 마이크 존슨의 태도도 비슷하다. 최근에 그는 “나는 우크가 그들이 적합하다고 보는 대로 전쟁을 수행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동안 러샤-우크 전쟁을 관찰해온 전문가들은 지금 미국을 위시한 나토국가들이 우크에 아무리 무기를 많이 제공해도, 또 우크가 러샤 본토에 아무리 효율적 공격을 가하더라도 전세가 뒤집힐 일은 없다고 본다. 그런데도 젤렌스키가 미국 미사일로 러샤 본토를 공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미국을 전쟁에 직접 개입시키기 위함일 공산이 높다. 하지만 우크가 미국의 미사일로 자국 본토를 공격하면 러샤는 미국이 전쟁에 직접 개입한 것으로, 레드라인을 넘은 것으로 간주할 것이다.
우크가 서방 무기로 러샤 영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을 보고 미국 주재 러샤 대사가 “위험하고 무모하다”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정치인과 의원이 우리의 인내를 계속 시험하고 있다. 우리는 키예프 정권에 군사원조를 확대하라는 새로운 제안을 매일 듣는다. 키예프의 주안점은 미국과 다른 나토국가들이 성급하게 행동하도록 부추겨 러샤와 나토 간의 정면충돌을 일으키려는 것임이 분명하다.”
현재 전황으로 봐서는 우크군의 궤멸은 비가역적으로 보인다. 최근의 전선 상황으로는 여름 지나고 가을쯤 되면 우크는 무조건 항복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우크로서는 나라 전체가 초토화하는 것을 면하려면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러샤와의 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젤렌스키를 위시한 우크의 지도부는 이기지 전쟁을 종식해 평화를 얻을 생각은 전연 하는 것 같지 않다. 우크가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2014년 우크에 마이단 쿠데타를 일으켜 러샤와의 전쟁을 유발한 서방, 특히 미국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러샤와의 전쟁을 멈추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무장관이 미국의 무기로 우크가 러샤 영토를 공격할 것을 부추기려는 형국이다.
우크가 과연 미국의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로 러샤 본토를 공격할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일이 생긴다면 러샤는 미국이 자국을 공격한 것으로 간주할 것이고, 맞대응할 공산이 있다. 핵무기로 무장한 두 초강대국이 서로 맞붙는다면? 너무나 위험한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