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내희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그대로 싣는다.



‘저항의 축’은 통상 일극적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미국 제국주의의 대 이슬람 및 아랍 지배의 교두보라 할 이스랄의 폭력에 맞서 형성된, 서아시아 일부 국가 및 세력의 연맹을 가리킨다. 이 연맹은 국가로는 이란과 시리아를, 비국가로는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라크의 민병대, 예멘의 안사르 알라, 팔레스타인 가자지역의 하마스 세력을 포함하고 있다. 저항의 축은 최근에 특히 활약을 강화했는데, 작년 10월 7일에 하마스가 ‘알아크사 홍수 작전’을 감행한 것이 그 계기였다.

‘알아크사 홍수’ 작전으로 이스라엘의 군인과 민간인 1,139명이 목숨을 잃은 것을 놓고 이스랄 당국과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서방의 정부들과 주류매체들은 하마스를 테러 조직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그 작전은 서방 제국주의 세력의 앞잡이인 이스랄이 국제법을 위반하며 가자지역을 지상 최대의 야외감옥으로 만들어 수십 년간 팔인을 탄압하고 학살해온 것에 맞서 하마스 세력이 감행한 군사작전으로서, 피점령자가 자신의 정당한 자위권을 행사한 행위였다는 견해도 유력하다. 이미 국제사법재판소는 이스랄의 가자지역 팔레스타인 공격을 인종학살의 혐의가 짙다고 규정하고 이스랄에 더 이상 폭력행위를 하지 말 것을 명령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이스랄의 안하무인 행위는 멈추지 않았다. 지난 6개월 미국과 일부 나토국가의 일방적인 군사적 지원을 받으며 이스랄 점령군이 가자지역을 공습하고 탱크로 밀어붙여 빼앗은 목숨이 4월 5일 현재 어린이 1,3000명을 포함해 적어도 33,091명이나 되고, 부상당한 사람의 수가 75,750명이 넘는다. 사망자의 수에는 폭격으로 폐허가 된 가자의 건물 잔해 아래 묻혀 있는 10,000명 정도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스랄 측은 팔레스타인인들을 가자지역에서 몰아내려는 인종청소를 자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천인공노할 인종학살과 인종청소를 저지르는 이스랄과 이스랄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미국 등 제국주의 세력에 의연히 맞서 싸우는 세력이 저항의 축이다. 저항의 축에 속한 6개 국가 또는 세력은 다른 이슬람과 아랍 국가들이 이스랄과 이스랄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패권국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는 가운데 지금 각기 가능한 방법으로 적과 교전하고 있다. 특히 예멘 안사르 알라의 경우 홍해를 장악해 이스랄 선박과 이스랄로 향하는 타국의 선박들의 홍해 통과를 금지하고 요구에 응하지 않는 선박들을 가차없이 공격한다. 미국과 영국 등이 해군력을 동원해 예멘의 공격을 막아내려 하지만 제국주의 세력에 맞선 예멘의 태도는 갈수록 강경한 모양새다. 안사르 알라 외에 레바논-이스랄 국경을 사이에 두고 이스랄 군과 대치하며 대 이스랄 공격을 멈추지 않는 헤즈볼라도 있다. 이란의 경우 며칠 전 이스랄이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자국 영사관을 폭격해 혁명수비대 소속 장성 2명을 포함한 10여 명을 살해한 데 상응하는 보복을 조만간 감행할 것으로 알려진다. (오늘 들은 한 방송에 따르면 이란이 미국에 자국의 보복 행보에 관여하지 말라고 미리 경고해 놓았다는 소문이 있으니 정말 큰 공격이 준비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저항의 축’은 미국과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 그리고 이들의 대리인 이스랄과 맞선다는 점에서 근대적 세계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셈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우크라이나전쟁을 통해서도 드러난 것처럼 미국 주도의 일극적 세계질서는 과거와는 달리 더 이상 세계를 일방적으로 지배할 수 없게 된 것이 분명해졌다. 미국 주도의 나토국가들이 온 힘을 합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또 러시아에 대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지마는 전세는 러샤의 일방적 우세로 진행되고 있고, 러샤의 경제도 미국이나 EU보다 더 잘 나가는 모습이다. 동유럽에서 서방 제국주의 세력과 맞서 싸우는 것이 러샤라면, 저항의 축은 서아시아에서 그들과 맞서 싸우는 세력이라 할 수 있다. 저항의 축이 보여주는 활약은 한편으로 보면 서방의 제국주의가 최근에 구축해 운영하는 일극적 세계체계에 대한 저항과 도전이면서 다른 한편에서 보면 세계가 이제는 일극적이기만 하지 않고 다극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징후로 보인다. 러-우 전쟁과 팔레스타인 가자전쟁에서 러샤와 저항의 축이 밀리지 않고 싸우는 것을 보면, 세계는 이제 크게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정말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제국주의의 호령에 따라서만 세상이 움직이던 시기는 지난 것 같다.

아프리카의 사헬에서도 비슷한 조짐이 보인다. 지난달 3월 24일에 개최된 세네갈 대선에서 야당 후보인 바시루 디오마예 파예가 당선했으며, 그가 당선 직후 프랑스가 세네갈의 목을 죄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과 그 발언의 함의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팅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 주목을 요구하는 것은 최근까지도 프랑스가 역내 국가를 대부분 신식민지로 관리해온 사헬 지역에서 프랑스로부터의 독립 의지를 나타낸 것이 세네갈 한 나라만 아니라는 점이다. 세네갈의 최근 태도는 몇 년 전부터 사헬에서 불고 있는 탈프랑스화, 탈식민화 흐름과 궤를 함께한다고 할 수 있다. 말리, 뉴기니,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등 사헬에서 서방 제국주의의 꼭두각시 정권들을 무너뜨리고 자국민의 이익을 지키겠다는 새로운 정권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 이미 3, 4년 전이다. 세계 지정학 관련 분석과 보도 전문 ‘풍운아’ 페페 에스코바르에 따르면 “아랍과 무슬림 국가들에 걸친 서아시아 저항의 축은 이제 서에서 동으로 이르는, 즉 세네갈과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에서 차드와 수단, 에리트레아에 이르는 아프리카 사헬 지역을 관통하는 저항의 축이라는 영혼의 동지를 찾았다”(Pepe Escobar, “The Sahel’s ‘Axis Of Resistance’,” The Cradle, 2024.4.1.).

작년 7월에 친프랑스 현임 대통령을 축출한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니제르의 군부정권은 자국에 주둔하던 1,500명의 프랑스군대를 쫓아낸 바 있다. 군부의 탈프랑스 정책은 큰 대중적 지지를 얻으며 실시되었는데, 그런 점을 잘 보여준 한 사례가 니제르 여성들이 프랑스 대사관을 에워싸고 냄비를 두드리며 소음 시위를 벌인 것이다. 당시 니제르 여성들은 프랑스인은 ‘문명인’이라 거들먹거리니 시끄러운 것을 싫어할 것이라고 우정 소음 시위를 벌였다고 한다. 니제르 군부는 탈프랑스화에서 걸음을 멈추는 것도 아니다. 최근에 그들은 자국에 아직 주둔하는 미군의 철수도 요구하고 나섰다고 전해진다. 아프리카 최대의 자국군 드론 기지를 둔 니제르에서 쫓겨나면 미군으로서는 큰 타격을 입는 셈이다. 미국 측은 아직은 니제르 측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으나,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에 자국 주둔 군대를 철수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는 것 자체가 니제르의 신군부는 우리가 흔히 아는 군사쿠데타 세력, 즉 정권을 잡은 뒤에는 제국주의의 꼭두각시가 되는 반민족, 반민중 군부 세력과는 다르다는 것을 말해준다. 니제르는 부르키나파소, 말리와 함께 작년에 ‘사헬 국가 동맹’을 맺은 상태이기도 하다. 니제르가 작년에 프랑스군대를 축출한 데 이어 미군에 대해서도 철수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그런 동맹의 결성으로 자국 안보가 강화되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행동일 듯싶기도 하다.

사헬 지역에서 형성된 저항의 축은 서아시아에서 형성된 것보다 규모가 더 커 보인다. 서아시아 저항의 축에 속한 국가는 이란과 시리아뿐이고 다른 세력은 비국가 조직들이다. 반면에 사헬 저항의 축에 속한 것은 모두 국가들이다. 물론 이들은 이란을 중심으로 결성된 서아시아 저항의 축과는 달리 아직은 공동전선을 형성한 것은 아니다. 세 나라로 구성된 ‘사헬 국가 연맹’ 이외에는 하나의 흐름 또는 바람을 형성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사헬에서 구축되는 저항의 축은 아프리카대륙 전역에 걸쳐 이미 형성돼있는 반제국주의 흐름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세계질서에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클 수 있다. 최근에 브릭스는 이집트와 에티오피아를 새 회원국으로 받아들여 기존의 회원국 남아공과 함께 아프리카 국가 회원국 수를 늘렸고, 올해에는 알제리아를 회원국으로 추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밖에 가봉, 나이지리아, 콩고민주공화국도 가입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나라가 브릭스 회원국이 되고, 아울러 사헬 지역 저항의 축 국가들과 서로 협력관계를 구축하면 아프리카에는 전혀 새로운 국제관계 판도가 형성되는 셈이다.

저항의 축이 서아시아에 이어 아프리카에도 형성되는 것은 미국 주도의 서방 제국주의 세력에는 큰 타격일 수 있다. 미국 등은 이미 우크라전쟁에서 패배를 앞두고 있고, 가자전쟁에서도 난국에 봉착한 상태다. 그런 마당에 아프리카에서도 반제국주의 흐름이 강화되면 이미 나타난 일락서산의 형세는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미국이 주도해온 일극적 세계질서가 무너지고 있고, 다극적인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