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도읍 한양에 있는 내산(內山) 넷과 외산(外山) 넷이 바리 나라 도읍에도 있다. 오는 나는 마지막으로 서쪽 외산을 걸어 그림을 마무리한다. 우선 남쪽 내산 남쪽 사면을 가로지른 다음 도림천을 따라 걷는다. 도림천과 봉천천이 만나 크게 휘어지는 곳에 우와피(牛臥陂)가 있다. 소가 누운(엎드린) 모양을 지닌 웅덩이 또는 못()이라 해서 그렇게 지었다는데 마을 사람들은 쇠내피라 불렀다고 한다. 보라매 공원 큰 연못이 거기서 비롯했을 테다. 그 연못을 서북으로 감싸는 낮은 산이 바로 우와산(牛臥山)이다. 공식 명칭은 와우산이지만 역사를 보듬어 나는 우와산이라 부른다. 좀 더 욕심내 소눈뫼, 곧 소가 누운 뫼라 하고 싶지만 뭐 이쯤 해둔다.


 

정작 내 관심사는 동쪽 외산 미도산을 달리 읽었듯, 우와를 달리 읽는 일이다. ()를 와()로 읽는다는 말이다. 소가 황소걸음을 떠올리게 하듯 달팽이는 달팽이걸음을 떠올리게 한다. 달팽이걸음은 황소걸음을 극대화한 느림 미학이다. 돌아보면 내 한평생은 도저한 느지막이였다. 쉰 살이 돼서야 비로소 직업다운 직업을 가졌고, 낼모레 일흔인 오늘 되돌아 우리말을 공부하며 내 인생을 쑥대밭으로 만든 제국주의와 싸우는 일에 나지막이 진심인 중이다. 느리게 사는 삶이 오래 사는 삶을 보장하지도 못하는데 왜 한사코 이렇게 느지막이 사는지 나도 잘 모른다. 무슨 목적 따위는 없고 그저 본성을 이루는 슬픔과 아픔이 고동이려니 짐작한다.



달팽이걸음으로 우와산 숲속에 든다. 미도산보다 더 낮은 산이라 사람 발길을 쉬이 불러들여 달뜬 분위기가 역력하다. 심지어 산마루는 배드민턴장이 점령한 터라 소란스럽기까지 하다. 아랑곳없는 내 귀는 한껏 핀 벚꽃으로 열려 고요하다. 북쪽 숲까지 초군초군 톺으며 숲에서 나온다. 신림선 보라매병원역에서 보니 동쪽 하늘에 국사봉이 당실하게 뜬다. 이렇게 해서 바리 나라 내산, 외산 넷씩을 모두 걸었다. 바리 나라 도읍 서사는 이제 여기서 안녕이다. 이 헤어짐은 무궁한 마주침으로 번져간다. 여태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바리 나라 달팽이들은 느릿느릿 느지막이 제국주의 속도, 그리고 가속도와 싸울 것이다. 저 오래된 미래 함성이 울려 퍼진다.

 

우와! 우와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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