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년 동안 1,300번 내게 침 맞으며 건강을 관리한 마을 시장 상인이 있다. 요즘 들어 뜸하다 싶었는데 폐업했단다. 신고하러 갔더니 그처럼 막다른 길에 선 사람들이 길게 줄 서서 기다리더란다. 바람결 풍문으로나 여기다 막상 직접 들으니, 가슴이 철렁한다.

 

내 경우라고 다르겠나. 4·16 때부터 줄곧 내리막이었고 코로나 이후 바닥 고착화가 완강하게 자리 잡았다. 요즘 살풍경은 코로나 극성기보다 심하다. 이대로 가면 끝이다 싶지만, 워낙 심하게 각다분하니 당분간은 무슨 엄두도 낼 수 없다. 여기도 막다른 길이다.

 

아이고, 서민은 망해 자빠지고 죽어 나뒹구는데 허튼짓만 하고 돌아다니니, ··· 대체 어쩌자는 심산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소. 진짜 식민지로 되돌리려 대놓고 이러는가.” 입 있어도 할 말 없는지 못 들은 척하더니 이내 눈을 감아버린다. 여기도 막다른 길이다.

 

지난 13년 동안 나는 리베카 솔닛이 말한 성가대에 설교하기원리를 어기고 기회 있을 때마다 이 사람에게 진실을 전하려 했다. 이 사람이 앞으로도 쭉 제 삶에 반하는 주권을 행사하리라는 진실을 안다. 침 맞으러 주근주근 올 줄도 안다. 어디든 막다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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