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를 살펴 미리 빨래를 해놓은 터라 2월 마지막 일요일 아침 시간이 여유롭게 흐른다. 숲 걷기를 끝내고 점심 먹기 알맞을 만한 시각에 일어나 미도산으로 간다. 빠뜨릴 수 없는 이야기 하나 남아서다. 오늘은 학술원·예술원 가는 길에 스치듯 말했던 국립중앙도서관을 이야기한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얘깃거리가 있을까 싶어서 사실은 그냥 지나칠 뻔했다. 그럴 리 없는데 그럴 뻔했으니 내 부역 풍경 탐색 이미지는 아직도 엉성한 모양이다. 부끄러울 따름이다.




이반 일리치는 말한다: 도서관, , 자전거가 인류를 구원한다. 인류 차원까지는 아득하고 한 국가적 범위에서 말하자면 정보사회를 살아가는 국민이 지식정보에 접근하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도서관은 기본적·근본적으로 중요하다. 우리나라에는 대통령 직속 국가도서관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국립중앙도서관이 이런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법이 있다. 국가도서관위원회는 도서관 정책에 관한 주요 사항을 수립·심의·조정한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우리나라에서 발간되는 모든 저작물을 수집, 제공, 보존하며 국가 서지 정보를 작성하고 표준화한다. 강력하거나 화려한 위상을 지닌 다른 기관에 비해 존재감이 거의 없지만 도서관은 실로 중요한 사회정치적 기반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괴이한 일이 벌어진다. 이 특권층 부역자 집단이 권력을 잡은 이래 국가도서관위원회 위원장은 20225월부터, 국립중앙도서관장은 20229월부터 내내 공석이다. 국가도서관위원회 위원장은 장관보다 높은 직급으로서 국가적 지식정보 정책을 수립하는 자리다. 국립중앙도서관장은 직무 대리로는 수행할 수 없는 전문적 업무 영역을 지닌 자리다. 이런 업무 정지 상태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어떤 결과가 올까? 비단 여기뿐만이 아니다.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222일 현재 342개 공공기관장 가운데 51개가 공석(임기 만료 포함)이라고 한다. 총선 대비라는 관측이 유력하지만, 그보다 이 정도 규모와 기간에 이르는 업무 정지 상태라면 사실상 국정 마비와 다름없다는 사실이 더욱 중요하다.



국중도에서 바라본 미도산 마루

 

일부러 비워두든 정치 성향이 맞는 자를 찾든 전반적으로 공직 사회가 더 깊숙이 부역 진경으로 들어가리라는 예측은 불가피하게 하나다. 국립중앙도서관 주위를 천천히 걸을 때 내 귀는 괴괴한 정적을 찢고 아비규환으로 열린다. 그 울부짖음은 특권층 부역자 집단이 되빼앗은 권력으로 일부러 나라를 망가뜨리는 중이라 한다; 식민지 따위가 종주국을 넘어서면 반역이므로 정색하고 무너뜨리는 중이라 한다. 이 울부짖음을 누가 차마 음모론이라 일축할 수 있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