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어트호텔 앞 거리 정원 귀퉁이에서 소나무 동강 하나를 거뒀다. 필경 조경 작업에 쓰였던 긴 막대기 자투리일 테다. 흙 묻은 채로 코끝에 대니 소나무 향이 말갛게 피어난다. 깨끗이 씻어 한의원 내 방 책상 위에 놓아두었다. 일부러 의식하지 않아도 향이 계속 느낌을 타고 전해지기에 퇴근하면서 방문을 닫아 보았다. 다음 날 아침 출근해 문을 여니 소나무 향이 방안에 자욱하다!




 

수직 절단한 면은 지름이 4cm이고, 경사 절단한 반대면 긴 쪽 길이가 7cm 남짓한 나무 동강에서 이런 기운이 나온다. “나무를 벤다고 그 나무가 죽는 것은 아니다.”라고 누군가 한 말이 문득 떠오른다. 물론 향기를 피운다는 말과 살아 있다는 말이 같은 실재를 지닌다고 할 수야 없겠지만 이렇게 경이로운 시공에서라면 두 말이 지닌 차이란 얼마나 사소한 것이랴. 진정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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