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반제국주의 녹색의학 큰 수레는 질병, 질병 앓는 사람, 질병을 치료하는 사람, 질병 앓는 사람을 돌보는 사람 사이 평등한 소통, 더불어 깨달음에서 끝나지 않는다. 근원을 향해 나아간다. 반제국주의 녹색의학이 주의를 기울이는 근원적 지점은 바로 출산과 장례, 그리고 농업이다.

 

출산과 장례는 의료 영역이 아닌데 제국 백색문명이 산업 의료에 복속시킴으로써 그 식민지가 되었다. 이를 제자리로 되돌리는 과정에서 반제국주의 녹색의학은 불가피하게 연루된다. 미셸 오당이 농부와 산과의사,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의 과학화에서 말한 자연 출산 문제는 화급한 현안이다. 잘못된 출산은 비가역적 재앙을 초래한다. 이미 우리 아이들은 이 재앙에 던져진 상태에서 예측 불가능한 저주를 끌어안고 살아간다. 그럼에도 이 문제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제국 백색문명에 중독된 대중이 둔감하고 근시안적인 탓만은 아니다. 사회적 의제 설정을 주도하는 세력이 무관심, 아니 백안시하는 탓이 더 크다.

 

장례 시스템도 심각하기는 매일반이다. 더군다나 이 문제는 아예 이슈조차 되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다. 장례 시스템을 넓은 의미에서 바라보고 공공 측면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과 죽음 이후 처리 문제에서 지금처럼 의학·의료기관이 일방적으로 과도하게 개입하면 안 된다. 본인, 가족, 사회복지 관련인, (해당되는 경우) 종교인들이 숙의 당사자로 참여함이 바람직하다. 본인 의사와 무관할 뿐만 아니라 무의미하기까지 한 연명 기술을 의학이라 기만하는 사태부터 먼저 사라져야 한다. 식민지 유제인 허례허식이 과도한 비용을 일으키는 문제도 반드시 손봐야 한다. 죽음을 둘러싸고 빚어내는 인간 사회 행위와 제도에 관해 반제국주의 녹색의학 사상으로 본격적인 성찰을 시작해야 할 때다.

 

인간 생명과 먹을거리, (자원)으로써 불가분적 관련을 맺는 농업은 녹색 본질에서 반제국주의 녹색의학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 현재 제국 백색문명에 심각하게 침윤된 관행농법은 녹색 본질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반제국주의 녹색의학과 치유 관점을 공유할 수 있고, 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근원적인 지점은 사람 생명 앞에 선 의자와 땅·식물 생명 앞에 선 농자 마음가짐이나 손길이 같다는 각성이다. 녹색의자도 녹색농자도 생명 상태를 있는 그대로 느끼고 알아차리고 받아들이지 않는 어떤 행위든 폭력이며 수탈이라고 여긴다. 연대는 여기부터다. 제국 백색문명 폭력과 수탈에 맞선 근원 연대 샘 자리다.

 

삶과 죽음 문제를 분리와 이종 관점에서 해결하려 제국 백색문명을 일으킨 인류 도정을 접을 때가 왔다. 백색 인류 도정은 눈부신 개명을 이루었으나, 그 개명이 결국 옴니사이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의학·출산·장례·농업, 이들은 하나다.

 

2.

 

미셸 오당이 쓴 농부와 산과의사,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의 과학화필독을 다시 한번 권하면서 <반제국주의 녹색의학 근원 연대>에 조금 더 보탠다.

 

한의사로서 예비부부, 또는 부부와 함께 임신 문제를 상담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의외로, 아니 예상대로 대부분 제국 백색문명이 대중매체 등을 통해 던져주는 가짜 정보 언저리에 머물러 있다. 실제로는 물론 산부인과 양의가 내린 제국주의 백색의학 진단에 따라 움직인다. 유산과 그 사후 처리 과정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제국주의 백색의학이 지니는 한계에 봉착한 후에야 누군가 권유해 한의원을 찾는다.

 

반제국주의 녹색의학에서 냉증은 매우 중대한 개념이다. 확실한 녹색 진단과 녹색 치료 방법이 있음은 물론이다. 제국주의 백색의학은 이에 무지하므로 인정하지 못한다. 냉증이 난임과 유산 원인인 경우가 많다. 반제국주의 녹색의학은 침, 쑥뜸, 본초(약용 식물 뿌리, 줄기, 가지, 껍질, , 열매, 그리고 전초(全草)) 배합 탕약 등으로 냉증을 치료한다. 제국주의 백색의학이 냉증을 치료할 수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있다고 한들 백색화학합성물질일 테니 그 자체가 또 문제다.

 

난임 원인이 남성 쪽에 있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자 개체수가 모자라거나, 활동력이 부족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녹색 방식이 존재한다. 여기까지 와서야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임신 문제가 의학 영역으로 넘어온 경우를 먼저 언급했지만, 사실 그보다 먼저 임신을 계획하고 구체적인 준비 과정을 거치는 동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대중매체나 책자에 실린 내용 가운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 제국 백색문명 논리를 전제하고 있기에 그렇다. 이런 오해와 무지가 임신·출산을 산업 의료에 예속시키는 빌미로 작동한다. 현재 상태로는 기대 난망이지만, 학교 교육이나 사회교육을 통해 임신·출산은 질병이 아니므로 근원적으로, 기본적으로 병원에서 독립해야 한다는 사실이 널리 공유되도록 해야 한다.

 

출산 문제는 위험 요인이 있으므로 무책임하게 말할 부분이 아님을 모르지 않는다. 응급상황이 터져 산업 출산 시스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내 딸아이가 태어났기 때문에 나 자신부터 현실을 무시하고 말하지 못한다. 그러나 현재 산업 출산은 산모에게도 아기에게도 재앙에 가깝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과도한 의료화를 혁파해서 의사 지휘 아닌 의사에게서 독립한 조산사 도움 중심으로 자연 출산을 복원해야 한다.

 

나는 여생을 숲에 깃든 농투성이 의자로 살면서 임신-출산-양육-교육-죽음-장례로 이어지는 삶의 과정에서 제국 백색문명 독을 빼고 새로운자연 상태를 창조하는 팡이실이 운동을 꿈꾼다. 어찌 가닿을지 알 수 없고 심지어 가닿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다 해도 내 꿈은 사라지지 않는다. 내 뒤를 잇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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