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피재 너머 상도동 들머리에서 과꽃을 본다. 꽃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뒤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려온다. 꽃을 향한 중심 시선 때문에 미처 사람을 보지 못한 탓에 가볍게 놀란다. 80대 여성 한 분이 길가에 앉아 있다가 꽃 보는 내게 건네는 아침 인사다. "꽃이 벌써 피었네요." 나도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꽃이 벌써 피었네요."


바로 다음 순간 질문 하나가 솟아 오른다. "내가 꽃에 눈길을 주지 않고 여느 행인처럼 서로 본 듯 못 본 듯 마주쳤다면 그가 과연 인사를 건넸을까?" 아니다. 내가 꽃을 보고 있으니 꽃에 관심 두는 '꽃 사람'이 반가워 소정 없이 인사를 건넨 거다. 여기까지는 어제 나가 주는 답이다. 이제 나는 이렇게 답한다. "꽃이 건넨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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