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유행병이 창궐하고 있다

 

우리가 약을 이렇게 많이 먹게 된 주된 원인은, 제약회사가 약을 파는 게 아니라 약에 대한 거짓말을 팔기 때문이다.”(21)

 

내 개인진료소에는 70세 넘은 노인이 많이 드나드신다. 양약을 전혀 복용하지 않는 분은 없다. 서너 종류는 기본이다. 그분들에게 나는 소상히 양약 해로움을 설명해 드린다. 내 말을 듣고 양약을 줄이거나 끊는 분은 물론 없다. 대략 일치된 반응은, 일류 대학병원 박사님이신데 아무려면 한의사인 네가 아는 걸 모르겠느냐, 식이다. 나라가 망해가는 와중에 패배 의식 속에서 받아들였으므로 우리 의료 대중은 제국주의 의학을 종교적으로 맹신하는 일방적 전승에 묶여 있다. 양의사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양약을 잘 모른다는 사실을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제국주의 초국적 제약회사가 주는 정보가 거짓말이고, 그 거짓말에 의존한다는 사실까지 알 수는 없기에 말이다.

 

이 문제는, 그러므로 매우 중요한 정치성을 띤다. 뿌리 깊은 특권층 부역 세력이 개발독재 세력으로 이어지면서 만든 수탈체제 한 고리이기 때문이다. 수탈체제를 유지하는 데에 거짓말만큼 쉽고 좋은 도구는 없다. ‘어떻게 저런 거짓말을 할 수 있는가?’ ‘어떻게 저런 거짓말을 믿을 수 있는가?’ 이 둘은 어이없이 상식을 망가뜨리며 서로 고양해 대중을 의도된 무지 상태로 몰아간다. 이전 시대는 차치하고라도 당장 눈앞에 서겨늬와 추종자를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제약회사와 양의사 거짓말은 서겨늬보다 더 완벽하다. 과학이라는 옷을 두 겹으로 입고 있기 때문이다. 무지렁이 한의사 하나가 떠든다고 바뀔 세상 아님은 확실하지만 내가 입 닫고 돌이 일어나 소리치면 부끄럽잖나.

 

사실 엄밀히 따지면 제국주의 백색제약회사나 백색의사들은 거짓말을 한다기보다 개소리(bullshit)를 지껄이고 있다. 해리 G. 프랭크퍼트가 개소리에 대하여에서 밝힌바, 개소리는 진위 판단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목적을 위해 상대방을 기만하려 지껄이는 말이라 죄의식 없이 함부로 대놓고 지르기에 안성맞춤인 쓰레기 덩이다. 제국주의 백색제약회사나 백색의사뿐만 아니다. 제국주의 문명 전체 담론 90%는 개소리다. 이 개소리는 제국주의 종교 떡고물 앞에 엎어진 광신도 지절거림이다. 지절거림에 주눅 든 노인 하나 오늘도 내게 와서 암 공포를 호소한다. 대장내시경 하러 가는데 혈압 치솟을까 두렵다며 침 치료를 청한다. 저들 개소리 정체를 밝혀주었으나 귀를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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