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제국주의 백색의학·백색의사를 고발함

 

피터 C. 괴체가 쓴 이 책 원제는 Deadly Medicines and Organized Crime이다. 번역자가 왜 위험한 제약회사라고 번역했을까 잠시 생각했는데, 혼자 생각은 아니었으리라는 짐작이 간다. 사실 Medicine(s)는 의학과 약물을 아우르는 말이라서 우리가 느끼는 어감과 영어권 어감이 퍽 다르지 싶다. 복수로 쓰면 약물이라는 뜻을 향하는 게 확실하지만, 의학 없이 약 없으니, 궁극적 지점은 의학 또는 의사에게 가 닿는다고 볼 때, 기왕에 우회할 거면 의학 또는 의사를 겨냥해야 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나는 이렇게까지 세밀하고 광범위하게는 아니지만 진실 대강을 알고 있었던 터라 시종 의사 눈으로 이 책을 읽었다. 제약회사 고발이 아니라 제국주의 백색의학·백색의사 고발로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나는 이 책에 나오는 범죄와 직접적으로는 그다지 관련이 없다. 무지 상태에서 얼마쯤은 먹었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그 백색 독극물을 전혀 입에 대지 않은 채 살아온 셈이다. 가족은 나보다 좀 더 많이 저들 공격을 받았다. 고통 속에서 나를 찾는 수많은 환우는 이 시각에도 저들 범죄 희생양으로 살고 있다. 나는 결코 제삼자가 아니다. 이 진실을 공유할 의무를 지고 있다. 내 반제국주의 녹색의학 논의와 녹색의료 실천이 형성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이 책은 2017년에 나왔다. 읽어갈수록 좀 더 많은 사람에게 가 닿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고 지금은 거의 잊힌 상태다. 그 당시보다 상황은 훨씬 더 나빠졌음에 틀림없으니 다시 꺼내 든다. 주해 형식을 취하면서 의견을 부가한다. 책 순서를 그대로 따르지는 않는다. 우선 가장 큰 관심사인 제국주의 정신의학 분야부터 입을 댄다. 참담한 심경에 짓눌려 거기부터 읽었기 때문이다.

 

 

1. 제국주의 정신의학, 제국주의 제약회사들의 지상낙원(1)

 

정신의학은 제약회사들의 지상낙원이다. 정신장애의 정의가 모호하고 조작하기 쉽기 때문이다.·······정신과 전문의는 다른 전공에 비해 제약회사들이 제공하는 교육에도 더 많이 참여한다.(330)

 

폴 몰로니 가짜 힐링에는 이런 말이 있다.

 

정신의학은 그 근간에서 과학적으로 (어쩌면 윤리적으로도) 이미 파산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모습의 정신의학은 한편으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적 사회적 권력의 끄나풀로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더라도-거대한 음모의 산물이다.”(90-91)

 

폴 몰로니 지적에 피터 괴체는 정확한 근거를 제공한다. 거대한 음모 주체를 까밝힌다. 파산 실체를 드러낸다. 제국주의 제약회사들이 제국주의 백색정신의학을 구성한다. 제국주의 제약회사들이 제국주의 백색정신의학과 전문의를 교육한다. 그렇다. 제국주의 제약회사들이 제국주의 백색정신의학에다 자기 지상낙원을 건설했다.

 

여기에 단 한 글자만 더 해도 군더더기다. 군더더기임을 받아 안고서 몇 마디 더 떠든다. 어떤 사람이 재미 삼아 사주 공부를 하러 갔더니 거기 정신과 전문의가 있더란다. 그는 나름 성공해서 제법 규모가 되는 병원도 소유한 사람이다. 그는 진료부에 적힌 생년월일을 보고 환자를 미리 안(?) 상태에서 진단한단다. 그렇다고 제약회사가 만들어준 진단 기준 안 쓰는 거 아니고, 제약회사가 만든 백색화학합성물질 안 주는 거 아니다. 정신 나간 정신과 전문의다. 이 자만 예외라고 굳게 믿고 싶다. 마음 아픈 사람 목숨값 뜯어다가 제약회사 지상낙원 건설에 바치기는 매일반이지만 구조에 매인 피해자이기도 하니 그리 믿을 수 있기를 바란다. 바람과 무관하게 애통은 밀려든다. 슬퍼하고 아파해서 세상이 바뀐다면 얼마든지 그리하겠다. 그렇지 않으니 작디작은 이 팡이실이(networking)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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