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내 생각에 일대 전환을 가져오게 한 육두구의 저주에 나오는 이야기부터 다시 한다. 이 내용은 이미 쓴 <의학 제국주의: 제국주의 의학> 대부분을 그대로 가져왔다. 근간 문맥 형성에 앞서 서구의학, 그러니까 백색의학이 어떻게 역사적 사실로서 제국주의에 봉사했으며, 나아가 제국주의 한 축으로 작동했는가를 극명하게 드러내 주는 장면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백인 신체가 본디 생물학적으로 우월하다는 믿음은 미국 역사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다.···

  수 세기 동안 아메리카 토착민과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놀랄 만큼 불균형하게 많이 죽어간 여러 유행병을 거치면서 그 같은 믿음은 점점 더 굳건해졌다. 예컨대 남북전쟁 이후 노예 신분에서 해방된 자유민 유행병 치사율은 백인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물론 이 결과는 주로 빈곤·영양실조·강제 이주·폭력 같은 구조적 요인이 어우러져 빚어낸 현상이지만, 타고난 생물학적 결함 때문이라고 해석되었다. 당시 의학계는 그런 해석을 지지했을 뿐만 아니라 부추기기까지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미국에서 인종 간 생물학적 차이에 대한 믿음이 여전히 널리 퍼져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미국 특정 인구통계집단이 자기네가 다른 집단보다 코로나19에 더 강하다고 믿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새로운 증거가 연일 쏟아져 나왔다.”(육두구의 저주235~236)

 

대한민국 대부분 양의사가 한의사를 의사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양의학, 그러니까 서구의학은 과학이고 한의학은 비과학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따져보자.

 

저들이 과학이라고 믿는 서구의학은 어디서 기원했을까? 질병이라는 부역자를 지지했을 뿐만 아니라 부추기기까지 했던 제국주의 제노사이드 현장, 바로 거기가 서구의학 뿌리다. 이 제국주의 의학이 세계체제로 뻗어나갈 수 있게 한 거대한 음모는 록펠러와 카네기가 합세해서 만든 <플렉스너 보고서>에 담겨 있다. USA 제국이 세계를 제패하는 과정과 제국 의학이 세계를 석권하는 과정은 본질상 같은 궤적을 그릴 수밖에 없다.

 

일제 식민지 시대를 관류하며 제국주의 특권층 부역자 대열에 자연스럽게 합류한 대표적 기회주의자 가운데 하나가 서구의학을 배운 의사, 그러니까 양의사다. 직업이 지니는 비 정치적 이미지 때문에 열외 대접받으며 순조롭게 승승장구해 여기까지 왔다. 저들이 얼마나 정치적 골수 특권층 부역 집단인지 모르는 사람은 여전히 모른다. 물론 알면서, 아니 도리어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각성 없는 회색지대 대중들은 더욱 양의대 몰빵으로 질주하고 있다.

 

결국 저들 서구의학·의료, 그 지향에 줄 선 인간 모두 제국주의 구조 일부일 뿐이다. 제국주의 구조는 그 자체로 오류에 기반하고 있다. 오류 구조에 충성하고 있는 서구의학을 과학이라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출산, 아니 임신에서 장례까지 인간 생사 문제를 모조리 병원이 거머쥐고 있는 과잉 의료 사회임에도 질병과 그 고통은 도리어 날로 증가하는 근저에 제국주의 사이비의학이 도사리고 있다는 진실을 통렬히 직시해야 한다.

 

백인이 신체적으로 유색인보다 우월하다 믿는 서구 제국주의 양의사에게서 배운 일제 양의사는 일본인이 신체적으로 조선인보다 우월하다 믿었다. 일본인이 신체적으로 조선인보다 우월하다 믿는 일제 양의사에게서 배운 한국 특권층 부역자 양의사는 한국 특권층 부역자가 신체적으로 생계형부역자나 부역 구조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고자 애쓰는 사람보다 우월하다 믿는다. 이런 양의사가 고치는 질병은 무엇이며 퍼뜨리는 질병은 무엇인가.

 

아닌 사람도 있다고? 개인 하나하나를 겨냥한 이야기가 아니다.···양의사 집단은 통째로 특권층 부역자임을 겸허하게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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