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시사저널은 현재(2020) 국내 30대 그룹(자산총액 기준)에서 오너가 있는 기업 총수와 후계자 등의 최종 학력을 전수조사했다. 24개 그룹 중 63%15곳의 총수가 미국 대학 출신이었다. 하지만 실제 체감되는 비율은 훨씬 높다. 국내파 총수들은 대부분 70세 이상 고령의 1~2세대이기 때문이다.

 

최근 대기업 3~4세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비율은 향후 100% 가까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후계 구도에 있는 예비 총수들은 물론 그 자녀들에게도 미국 유학은 필수로 여겨진다. 미국 유학파 총수·후계자 중 경영학 석사 출신이 상대적으로 많지만, 학교는 겹치는 곳 없이 골고루 분포돼 있다. 어느 대학이냐보다 미국에서 공부한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으로 풀이된다.···

 

재벌 총수와 후계자들이 너도나도 미국 유학길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과거와 달라진 환경에서 경영 수업을 제대로 받으려다 보니 비즈니스 스쿨 쪽으로 특화된 미국을 선택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예전처럼 하면 된다정신이나 주먹구구식으로 경영해선 안 된다. 그렇기에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 큰 기업을 운영하는 미국의 흐름을 배우고 오려는 것이라며 대기업들이 (한국 특유의) 오너 경영의 장점은 어느 정도 가져가면서 미국식 선진 경영을 접목하는 과정에 있다고 덧붙였다.···

 

유학은 재벌가 교육의 오래된 특징이다. 해방 전후 극심한 혼란기에 대기업을 일군 창업주들은 외국과의 교류, 선진 문물 도입 등을 강조 또 강조했다.···이는 자녀 교육에도 적용됐다. 2세대부터 상당수가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전 미국, 일본 등에서 수학했다.

 

오너 2세대 시대가 저물어가고 한국이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 된 지금도 재벌가 자제들의 유학은 활발하다. 아예 선택이 아닌 필수 요건이 됐다. 일본 유학은 거의 자취를 감췄고 미국으로 집중됐다. 더 나아가 요즘 트렌드는 조기 도미(渡美). 3세까지 주로 한국에서 중·고등·대학교 과정을 마친 후 미국으로 나갔다면 4세 이후론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한국을 떠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오세형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본부 팀장은 “(유학을 통해) 재벌 체제의 장점과 미국의 선진 경영 시스템을 접목하고 있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며 대기업의 행태를 보면 정작 미국에서 경영학이나 경제학의 본질, 자본주의 원칙 등을 배워 오는 총수는 없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홍성추 재벌 3저자도 3세 이후의 재벌가 자제들을 가리켜 온갖 특혜를 누리며 살기만 했고 기업 경영과는 거리를 둔 채 유학 등의 시간을 거치며 한국의 사회·경제 전반에 대해 익숙지 않다입사 후 바로 임원이 되고 차후에 오너가 될 이들에게 바른말을 해 줄 사람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출처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



미국 유학생 서사 결정판이다. 김종영을 다시 인용한다. “학벌 인종주의로 물든 한국 사회에서 한국 엘리트들에게 최고의 지적 등급을 부여하는 곳은 미국 대학이다.” 이와 다른 어떤 말로 대한민국 교육 부역 서사 고갱이를 표현할 수 있을까.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내 경우 김종영식 문제의식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다. 그 또한 제국 논리 안에 있기 때문이다. 본질주의라는 말을 너무 쉽게 내팽개치지 말고 우리 공동체 생태적 실재를 옹글게 담을 고유성을 어떻게 찾아 보전하고 육성할지 곡진하게 고민해야 한다. 미국에 있다면 한국엔들 왜 없겠는가 말이다. 현재는 물론 미래에 가장 결정적인 문제, 그 교육 서사를 새로이 써 나아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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