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도저히 여기서 이야기를 접을 수는 없다. 사학재단 문제를 좀 더 들여다보고서야 발길을 돌릴 수 있겠다. 능력 한계로 말미암아 내 연구 자료도 아니고 인용한 자료조차 그렇게나 따끈따끈하지 못해서 안타깝다. 아래 실은 글은 2014년 고발뉴스닷컴(필자는 아이엠피터’)에 실린 내용이다. 지면을 빌어 감사드린다. 특권층 부역자 정권이 들어선 오늘 상황은 그때보다 훨씬 더 심각하리라는 추정을 보탬으로써 증폭된 문제의식이 공유되기를 간절히 빈다.

 

사립 초중고등학교 재단의 수익용 자산 규모는 4조 원가량이다. 수조 원이 넘는 자산을 가지고 있는 사학재단이 재단전입금으로 내놓은 돈은 총 1,342억 원에 불과하다. 서울지역 사립고등학교 재단전입금 상태를 보면, 재단전입금 0.00%인 학교가 전체 199개교 중 무려 17개교다. 1% 미만 재단전입금 가지고 학교 운영하는 사학재단이 124개교로 전체 60%를 넘는다. 기본적으로 사학재단은 자기 재산을 출연하여 학교를 운영해야 한다. 그런데 자기 돈은 거의 내놓지 않으면서 학교를 운영하니 재정이 좋을 리 없다.

 

법정부담금은 교직원 연금 부담금, 건강보험 부담금, 재해 보상 부담금 등으로 사학재단이 기본적으로 내야 할 돈을 말한다. 2011년 사립 초중고교 법인이 부담해야 할 법정부담금 2,797억 원 중 실제 사학법인이 납부한 금액은 615억 원으로 전체의 22%에 불과하다. 전국 1,723개 학교 중 법정부담금을 단 한 푼도 내지 않은 학교가 173개교(8.5%), 0%~5% 미만 학교가 574개교(33.3%), 5% 이상~10% 미만 학교가 313개교(18.2%), 100% 완납한 학교는 188개교(10.9%)에 불과하다.

 

사학재단의 가장 큰 문제는 학교를 가족 재산으로 여기며 세습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도구로 이용한다는 점이다. 그들이 부를 축적하는 방법에는 각종 편법과 비리, 불법이 동원되고 있다. 2011년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를 보면 사학비리는 단순 비리가 아니라 범죄다. 예컨대 진명학원 진명여고이사장은 수익용 기본재산 45천만 원을 횡령했고, 학교 돈 88,630만 원을 친척에 무단 제공했다. 발전기금 22천만 원을 개인 채무 변제 등에 사용했다. ‘상록학원 양천고는 바지 사장을 내세운 급식 비리 88천만 원’, 옹벽 공사, 소화 배관 공사를 통한 금품 수수 7천만 원등 각종 비리를 저지르며 부를 축적했다. 사학재단은 비리를 저질러서 아버지가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도 부인이나 아들, 딸이 그대로 이사장직을 승계한다. 진명학원 이사장도 비리로 물러난 아버지를 대신해서 아들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한국에 비리 사학재단이 늘어난 근원에는 친일 부역 집단이 있다. 민족 교육과 인재 양성을 표방하며 설립했던 학교 중 일제강점기 동안 살아남은 학교 대다수는 저들이 부역을 실천한 학교들이다. 해방 이후 사립 초중고가 급격하게 늘어난다. 이유는 당시 재원이 없어 학교를 세우지 못하자 부역 지주들에게 토지 몰수 대신에 학교 세우고 법인화하기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승만 정권은 돈 없이 학교를 세울 수 있어서 좋았고, 부역 지주들은 토지 몰수 대신 자기 재산을 그대로 사학재단에 귀속시켜 부를 세습할 수 있는 통로가 생겨서 노났다. 사학재단을 정부가 통제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교육을 의무화해 놓고 재원을 부역 사학 기증 구조로 만들었기 때문에, 혈연이나 인척 비리가 생겨도 손을 대지 못한다. 사학재단들은 부역 집권층과 손잡고 재산과 특권 지키기 위한 노력을 전방위적으로 하고 있다. 사학재단 비리를 고발했던 교사들은 진실을 밝힌 대가로 오히려 해임되고, 복직 판정을 받아도 학교로 돌아가지 못한다. 2003년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 비리가 밝혀진 동일학원을 비롯한 사학재단들은 문용린 교육감에게 고액 정치기부금을 냈다. 왜 사학재단 비리가 근절되지 못하고 오히려 각종 특혜를 받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사립학교라면 어디든 내 의심을 피해 가지 못한다. 아프지만 내가 나온 고등학교부터 촘촘히 톺아 보았다. 자료에 한계가 있어선지 부역 흔적을 찾지 못했다. 진즉 지웠을까? 모를 일이다. 끝까지 의심을 풀지 않겠다. 각성한 부역자로서 변혁에 참여할 trickster로서 살아가기 위한 필요 조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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