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제국대학과 그 연장선인 서울대학교 인맥이 말글 부역에서 근본적 장악력을 행사한다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서사를 교육기관, 교육자, 그 이전 교육 문제로 소급해가며 전개하도록 안내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어문 다음에 기본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교육이므로 여기가 이야기할 바른 자리다. 교육기관 문제는 서울대학교를 필두로, 사립대학교, 중고등학교, 초등학교, 유치원까지 사학 집단을 이야기한다. 교육자 문제는 그 교육기관을 형성하고 소유하며 교육행위를 하는 부역자를 이야기한다. 교육 문제는 식민지 시절과 그 이후 부역자가 받은 제국 교육, 그리고 그들이 주도하는 현재 대한민국 교육 내용을 이야기한다.

 

1. 경성제국대학은 태생부터 음모였다. 큰 취지는 물론 세부 구성까지 식민지 교육에 적합하도록 기획한 교육 조직이다. 법문학부와 의학부만으로 출범하고 조선인 입학을 제한한 사실이 그 증거다. 전쟁에 유용하다고 판단해 뒤늦게 이공학부를 개설했으나 조선인 입학은 더욱 엄격히 제한했다. 일제가 패망하자 미군정이 이양해 경성대학으로 바꿨다가 1946년 서울대학교를 설립하면서 통합했다. 바로 이 대목이 결정적 문제다. 일제 부역자를 청산하기는커녕 그대로 흡수해 오늘날 서울대학교를 이 꼴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가 명실상부한 국립대학교이기 위해서는 경성제국대학교와 연을 끊지 않으면 안 되었다.

 

모든 분야에서 이런 논쟁이 일어나듯, 경성제국대학 출신이라는 사실만으로 부역자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말이 사실이라면 그 험한 시절 대체 누가 무슨 능력-재력, 일본어 입시에 합격할 학습력-으로 경성제국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실한 부역자 자녀 아니면 입학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하는 말도 사실이어야 한다. 20년 남짓 시간에 배출한 810여 명 졸업자가 고급 엘리트로서 그 뒤 어떤 지위를 누리며 살았고, 그 후손은 현재 어떠한지, 제대로 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나는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부역자 명단에 오르지 않았다고 해서 저들 대부분을 부역 서사에서 제외할 이유란 없다고 본다.

 

오늘 여기서 서울대학교를 생각해본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인이 나라를 통치할 무렵 육서당이란 말이 널리 떠돌았다. 육군사관학교와 서울대 출신들이 나라를 쥐고 흔든다는 일차적 의미 뒤에 나라를 말아먹는다는 의미가 숨어 있었다. 지금은 육군사관학교 출신 없이 서울대학교, 특히 법대 출신만으로 두 의미 모두를 충족하고도 남는다. 저들은 경성제국대학 나와 부역하던 부조 또는 선배와 똑같은 의식 속에 있다. 저들은 정치적 보수 또는 극우 세력이 아니라 그냥 단세포적 부역 세력일 뿐이다. 단세포적 지식분자는 미망이다. 서울대학교 세계 순위(56)가 싱가포르국립대학(19)에도 미치지 못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