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숲을 연속해서 두 번 들어가기는 처음이지 싶다. 검단 숲, 이번에는 서쪽 사면 계곡으로 들어가 능선 거쳐 옆 계곡으로 이어지는 길 아닌 길을 만들어서 시작한 곳으로 되돌아 나왔다. 지난주 나올 때 남은 아쉬움을 덜기 위해서였으니 역시 소식을 전했고 돌귀를 남겼다.

 

산곡천을 거슬러 따라가며 남한산을 향한다. 천변 길은 물론 가재울 골짜기로 들어가 점점이 박힌 농가·전원주택·별장을 지나는 동안 사람은 거의 없고 풍경은 어수선했다. 생각 않고 버린 폐기물로 할퀴어진 물, 길섶, 자투리땅들을 보는 내내 아리고 쓰린 통증이 구시렁거린다.

 

모름지기 그 통증은 풍경이 내게 건네는 하소연과 신음에서 비롯했으리라. 심사가 편치 않으니 어쩌다 마주치는 농부에게도 눈길 보내지 못한 채, 남한산 동쪽 계곡으로 스며든다. 숲 깊이 들어가 500고지에 닿을 때까지 인적이 전혀 없다. 인적 없으니 그제야 마음이 눅는다.



고요한 숲에서 만난 작은 습지가 도롱뇽과 개구리알을 품고 있다. 낙엽이 덮여서 보이지 않는 작은 도랑물 소리가 들려온다. 연달래꽃 가족이 우꾼우꾼 마지막 천명을 피워올린다. 능선, 그리고 그 너머 인간 훤요만이 지나친 욕망, 넘치는 술수로 자신과 자연을 오염시킬 뿐이다.

 

산성에 올라 둘러본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522m), 위치상 특히 서울 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일일이 확인하다가 문득, 거대한 아파트 바다가 산들을 섬으로 가두고 있는 광경을 목도한다. 5천 년 역사를 지닌 나라, 6백 년 고도는 어디 가고 식민지 살풍경만 가득하다.



예정에 없던 청량산 길을 걸어 내려오다 청량한 약수로 목을 축인다. 맑은 기분으로 물길 따라 숲 밖으로 향하는데 느닷없는 굴착기 소리가 고요를 깨뜨린다. 무슨 터널 공사 같은 작업을 하는 모양이다. 식민지 토건은 영일 없구나. 6시간 산행한 다리보다 가슴이 더 무겁다.


지하철 안에서 생각한다. 왜 산 가장자리 마을은 모두 궁상맞고 너저분한 모습일까? 산처럼 푸근하지도 도심처럼 깔끔하지도 않고 어리숙한 욕망만 맨몸으로 나뒹굴까? 분명히 둘 다일 수도 있는데, 왜 둘 다가 아닐까? 스스로 내팽개치는 식민지 변방인 심성이 투영돼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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