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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두구의 저주 - 지구 위기와 서구 제국주의
아미타브 고시 지음, 김홍옥 옮김 / 에코리브르 / 2022년 12월
평점 :
‘생태학(ecology)’이라는 용어를 만든···헤켈은 독어권 국가에서 다윈 진화론을 대중화시킨 가장 중요한 인물이기도 한데, 이는 생태학이 탄생 순간에 이미 생태적 사고와 사회적 다윈주의 간에 관련성이 구축되어 있음을 뜻한다. 헤켈은 북유럽 인종 우월주의를 신봉했고, 인종 혼합을 반대했으며, 우생학을 지지했다.···생태학은 처음부터 반동 정치체제와 관련 있었다.(312쪽)
서구 에코파시즘 사상은 신비주의에서(만) 파생하지 않았으며, 사회적 다윈주의·우생학주의·말살주의(exterminationism)-이들 모두는 궁극적으로 뿌리 깊은 인종주의 산물이다-같은 과학주의에서(도) 비롯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에코파시즘을 유독 위험하게 만드는 요인은 그 생물학적 동기가 오늘날 여러 과학주의 형태와 너무도 쉽게 결탁하고 있다는 점이다.(317쪽)
1980년대 말, “환경” 이슈가 본격 대두됐지만 “생태(학)”라는 말은 아주 드물게 쓰이기 시작할 무렵 나는 이미 생태학이 머지않아 다른 학문과 결합한 용어를 무수히 만들어내리라고 예언했다. 그래서 생태학과 여성학을 결합하는 공부 모임을 만들었다. 30년 훨씬 넘긴 세월 동안 나는 생태학이 처음부터 반동 정치체제와 관련 있었으며, 그 생물학적 동기가 오늘날 여러 과학주의 형태와 너무도 쉽게 결탁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내 무지는 기본적으로 내 탓이다. 그러나 정교하게 발톱을 숨기고 있는 제국주의, 거기서 배워왔으면서도 모르쇠로 일관해온 유학파 특권층 부역 집단 탓이 더 크다. 제국과 특권층 부역 집단이 지닌 현실 영향력을 감안하면 이들 책임은 범죄 성질을 띨 수밖에 없다. 그나마 밝혀진 범죄는 빙산 일각일 뿐이다.
조선일보가 언론 전체를 끌고 다니듯 제국 과학주의가 지식사회 전반을 끌고 다닌다. 그 환원주의를 비판하면 과학 혐오자로 몰린다. 과학주의라는 사조, 아니 사조랄 수도 없는 편향을 성찰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 특권층 부역자가 제국 가서 학위 따면 대학과 학계를 점령하고 당연히 현실 정치로 잽싸게 몸을 밀어 넣는다. 3월 초 독립운동가 재심사를 목적으로 “보훈”처가 <독립운동 훈격 국민공감위원회>를 띄웠다. 임명된 학자‘급’ 위원 과반수(9/17)가 뉴라이트 계열 특권층 부역자다. 저들이 특정 인물, 실제로는 독립운동 전반을 재심사한다. 이 블랙 코미디 하나만으로도 대한민국은 ‘사실상’ 진행형 식민지임이 증명된다. 범죄는 증강 일로를 걷는다. 여기서 저 부역 집단과 제국을 관통할 혈로는 어떻게 뚫어야 하는가. 아득하고 아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