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두구의 저주 - 지구 위기와 서구 제국주의
아미타브 고시 지음, 김홍옥 옮김 / 에코리브르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북미 토착민 식물학자 로빈 월 키머러는 이름은 우리 인간끼리뿐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이라고 했다. 따라서 이름 짓는더 정확히 말해 새로 이름 짓는힘은 제국이 훔친 가장 큰 특권 가운데 하나였다. 그 힘이 오늘날 살아 있는 세계를 주도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에 발판을 깔아주었기 때문이다.

  ···장소에 이름 짓은 일은 탐험가나 항해자 몫이었고, 그 밖 다른 모든 이름은···자연철학자(과학자-필자), 예술 권위자, 의사, 유물 수집가들이 잡다하게 섞인 전문가 집단에 맡겨졌다. 이 전문가들이 제국 생태 자산을 범주화하고 분류했으며, 특히 거기에 이름을 붙임으로써 제국 정책 입안자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역사적으로 과학과 제국은 상호 원인이자 결과라고 말할 수 있는 까닭이 바로 여기 있다.(135)

 

  린네 체제가 거의 기적에 가까운 확장성을 지닌 놀라운 분류법이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승리한 이유는 그 체제가 자연을 잘 담아냈기 때문이 아니다. 에스파냐 제국 개입이 결정적이었다. 에스파냐 제국은 18세기 중엽에 공통된 용어와 일관된 언어를 가지게 하려고 린네 이명법 체제를 채택하도록 제국 식물 탐험대에 명령했다. 모든 대상을 유용 자원으로 바꾸도록 명명 과정에서 비교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제국이 내린 은총으로 린네 체제는 일찌감치 다른 모든 지식 체제와 그 방법론을 제압하며 진실에 관한 독점권을 주장함으로써 지식 획득 방식에 관한 토대로 자리 잡았다.(137)

 

아미타브 고시는 중요하고 많은 잘못된 기존 지식을 무너뜨린다. 우주과학에 이어 이번에는 생물학이다. 생물학은 린네를 피해 갈 수 없다. 린네는 제국주의를 피해 갈 수 없다. 제국주의를 더더욱 피해 갈 수 없는 중첩 식민지 대한민국 생물학도는 이 진실을 알고 있을까? 나는 지난 3년 동안 비전공자로 식물을 공부하면서 이 진실에 적으나마 가닿을 수 있었다.

  내가 가닿은 진실은 그야말로 피상적이었다. 아미타브 고시가 여기서 밝혀준 진실만으로도 내 애통은 한층 깊어졌다. 차마 그럴 수 없을 듯한 분야까지 속속들이 제국주의 마수가 뻗쳐 있는 풍경을 마주할수록 부역자 각성은 신랄하다 못해 참담해져 간다. 깨침이 요구하는 삶을 살아낼 깜냥이나 될지 의심은 더욱 육중해져 간다. 나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않고 무지렁이라고 못 박아도 짐이 쉽게 덜어지지 않는다. 내 문제 너머 공동체 문제여서 그렇다.

 

  정색하고 물어보자. 제국주의가 과학 내용까지 규정할 수 있는가? 통속한 우리 지식으로는 과학에 정치와 문화가 개입하지 못한다. 가령 제국이 명한다고 해서 물이 수소 4개와 산 소 1개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 모든 진실이 이런가 묻는 일은 얼마나 순진한가. 이른바 과학은 이런 진실을 쉽게 뭉갠다. 코로나19로 백신 맞은 사람이 문명사회 인구 대다수다. 정색하고 물어보자. 그 백신 과학 진실을 아는가? 아니, 그 백신을 뭐로 어떻게 만들었는지 아는가?

  나는 백신 원리를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나는 백신 만드는 초국적 제국 제약회사 상품 백신을 신뢰할 수 없다. 저들이 린네 체제와 다르다는 증거가 어디 있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