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의 생명사 - 38억 년 생명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것은 항상 패자였다! 이나가키 히데히로 생존 전략 3부작 3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박유미 옮김, 장수철 감수 / 더숲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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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위에 가지와 잎이 많이 달린 부분을 수관tree crown이라고 한다. 포유류 중 이 수관이라는 서식지를 니치niche로 삼은 종이 나타났다. 우리 조상인 원숭이다.

 

나무 위를 니치로 선택한 원숭이류에는 여느 포유류와는 다른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눈 위치다.......육식동물과 마찬가지로 눈이 정면을 향해 있다.

  두 번째는 손 변화다.......엄지손가락이 다른 손가락과 마주 보고 있어 나뭇가지나 먹이를 잡을 수 있다.......손톱을 납작한 모양인 편조扁爪로 바꾸었다. 그리고 손가락 끝 감각으로 가지를 잡게 되었다.(패자의 생명사203~204)

 

나는 이 대목에서 아주 긴박한 시간, 매우 날카로운 의식으로 머무른다. 어느 찰나 직립보행으로, 소뇌로, 신체 뇌 개념으로, 다중 기원 뇌 발생 가설로, 마침내 네트워킹 원리 재구축으로 단도직입 달려간다. 가만 앉아 있을 수 없어 벌떡 일어나 계속 걷는다.

 

무엇보다 먼저, 원숭이가 나뭇가지를 손으로 잡고 이동하며 살아가는 풍경부터 상상한다. 수관이 인간 진화 발원지라는 사실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나무란 인간에게 무엇인가, 정색하고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나무에 기댄 삶 덕분으로 인간은 특별한 눈, 특별한 손을 지니게 되었다. 그 눈, 그 손 덕분에 인간은 직립보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눈은 직립 시 균형감각에 필수적이다. 손을 자유롭게 쓰기 위해 직립은 필수적이다.

 

이 눈, 이 손 모두가 가장 중요하게 연결된 곳이 다름 아닌 소뇌다. 소뇌를 빼놓고 직립보행을 말할 수 없다. 직립보행을 빼놓고 인간을 말할 수 없다. 인간을 말하는 데에 그동안 소뇌가 너무 소외되어오지 않았던가. 대부분 운동과 균형, 뭐 이 정도 알고 넘어갔다. 소뇌 소외를 전복하지 않는 한 인류가 파멸을 피할 길은 없다.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 운명은 무엇이 갈랐을까. 작지만 호모사피엔스 뇌는 커뮤니케이션을 도모하기 위한 소뇌가 발달했다. 약한 자는 무리를 만든다. 힘이 약한 호모사피엔스는 집단을 만들어 살았다. 그리고.......자기 힘을 보충하기 위해 도구를 발달시켰다.......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즉시 공유했다.(같은 책 222)

 

공동체 소통에 소뇌라니? 나는 독서를 멈춘다. 대뜸 소뇌를 찾아 나선다. 나만 무식하지는 않구나. 소뇌 연구한 단행본 한 권이 없다. 조각 정보로 떠도는 숱한 이야기 가운데 대다수는 운동에 관한 내용이다. 틈새로 흘러 다니면서 중요한 이야기들을 발견한다. 이 이야기들을 되작거리고 집적거리고 끼적거리면서 이리저리 덤빈다. 변방 사람이 공부하는 기본 방식이다. 어디로 어디까지 갈지 나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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