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에 심취해 있는 내게 아내가 묻는다. "버섯이 정말 예뻐 보여?" 아내는 도통 이해 불가라는 표정을 짓는다. 오늘 아침 어제 찍은 이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그제야 과연 그렇다고 공감한다.

버섯은 곰팡이 꽃, 또는 열매, 정확히는 생식 기관이다. 통속적으로 식물로 여기지만 진화학적으로 엄밀히 따지자면 동물에 더 가깝다. 먹을 때 느끼는 감각으로 알아차릴 수 있다.

버섯을 빚어내는 곰팡이는 생태계 네트워킹 설계자며 시공자다. 식물이 크게 흥륭시켰지만 식물 90% 이상이 곰팡이와 공생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생태계 기축은 곰팡이다.

식물 공부가 필연으로 불러 곰팡이에 심취하는 요즘 내 관지에서 버섯이 지닌 미학은 꽃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태고, 그 고졸함, 현란을 금한 원색이 나를 겸허로 이끈다. 이 아침도 넙죽 엎드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