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의 생명사 - 38억 년 생명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것은 항상 패자였다! 이나가키 히데히로 생존 전략 3부작 3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박유미 옮김, 장수철 감수 / 더숲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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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책 세 권을 연거푸 읽었다. 셰인 오마라 걷기의 세계, 이나가키 히데히로 패자의 생명사, 베론다 몽고메리 식물의 방식이 바로 그들이다. 같은 목적이나 주제를 가진 책들이 아님은 물론이고, 나 또한 그렇게 읽지 않았다. 다 읽어갈 무렵 딱 한군데로 사색이 수렴되더니, 거꾸로 거기서 모든 사색이 발산해 나아가는 전에 없던 경험을 했다. 이상한 느낌에 이끌려 몇 날 며칠을 되작거리고 집적거리고 끼적거리고 덤볐다. 아직 사색이 온전하지는 않으나 일단 쓰기 시작하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논리가 생기고 창발이 일어나리라는 네트워킹 신뢰에 턱 하니 맡긴다.

 

셰인 오마라 걷기의 세계는 뇌과학자인 저자가 걷기를 예찬하는IN PRAISE OF WALKING의미로 쓴 책이다. 도구적 의미 넘어 걷기를 중시해온 나로서는 당연히 반가운 마음으로 집어 들었다. 좋은 책이지만 내게는 썩 좋지만은 않았다. 뭔가 묵직한 메시지가 빠진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다. 그러나 여태까지 걷기를 정색하고 생각하지 않은 사람한테라면 매우 매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패자의 생명사를 쓴 이나가키 히데히로는 다른 책을 통해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식물학자다. 싸우는 식물, 전략가, 잡초와 더불어 생존전략 3부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이 책은 통속한 상식을 뒤집는 시선이 들려주는 많은 이야기로 가득하다; 흥미롭고 쉬운데다가 짧기까지 한 글들로 구성되어 여름 독서용으로 아주 알맞다. 그렇다고 결코 가벼운 이야기이지만은 않다.

 

베론다 몽고메리 식물의 방식은 그 내용에 우선한 다른 특별함을 지닌 책이다. 실제 분량이 160여 쪽인데, 미주가 47쪽이나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글쓰기를 썩 좋아하지 않지만, 책 한 권을 쓰기 위해 한 공부가 얼마나 옹근가 보여주는 충분한 증거이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몇 가지 빼면 모두 익히 아는 내용이고 내 관지에서는 불철저하기도 하지만, 이 책 또한 식물을 정색하고 생각하지 않은 사람한테라면 매우 매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들을 한꺼번에 놓고 한 가지를 사색하도록 이끈 부분은 패자의 생명사에 나오는 니치niche 이야기다. 나는 여기서 니치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생태학적 위치인 니치는 생존하기에 꼭 맞는 자기 자리다. 인간 조상인 어떤 유인원이 tree crown에 처음 자리 잡았다. 여기서부터 인류 영욕 역사가 시작된다. 내가 곡진히 관심 둔 부분이 바로 여기인 만큼, 이야기는 이전과 사뭇 달라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리뷰 형식도 그렇고, 이야기 내용도 그렇고, 나 스스로 기약한 바가 없다. 종착지를 정하지 않고 떠나는 여정이므로 그냥 가는 대로 한번 가본다. 그래, 발맘발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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