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잠깐, 일요일 오전·오후, 월요일 오후가 제주를 실제로 걸은 시간이었다. 40km 남짓하니 그야말로 소소한 일정이다. 소소해서 쏠쏠한 이 사흘 백릿길은 내 삶에 이미 농밀한 파동으로 작용하고 있다.
첫 비행기를 타기 위해 5시에 택시를 탔다. 기사에게 일부러 대화를 청했다. 외지인 유입, 중국 자본, 강정 해군기지, 제주 제2공항, 쌍둥이 빌딩, 궨당(권당) 정치 등 여러 주제에 대해 그는 비교적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소상하게 이야기했다. 정치적 견해가 나와는 다소 다를 수 있겠지만, 그가 ‘원’주민으로서 제주를 걱정하는 진심은 그 다르고 같음 문제를 넘어선다. 내 심사 때문인지 오늘따라 이륙 과정이 소란하다.
평소보다 긴 시간 먼 거리를 이동하고 온 터라 출근길은 아득하고 한의원은 적막하다. 그간 침 맞지 못했던 분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일은 없었지만, 녹용 넣어 한약 짓겠다는 예약 전화가 있어서 제주 향해 꾸벅 절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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