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자주 침 치료를 받던 중년 여자 사람 하나가 연전 제주로 이사해 도예방을 운영하고 있다늦은 나이에 직업을 바꾼 흔치 않은 경우다나는 그에게 아주 잘 내린 결정이라고 응원했었다잘 어울렸기 때문이다그가 마지막으로 침 치료 받으러 왔을 때한번 가겠노라 막연히 약속했다뜻밖에 온 기회, 무작정 여기부터 가기로 했.

 

그는 예술 한다고 자부하기보다 그저 머리 아닌 손으로 하는 일을 하고 싶다며 소박하게 조그만 화분만 만든다반갑게 만나 이런저런 사는 얘기 나누고선물로 침 치료와 예쁜 화분 하나를 주고받고또 막연히 다음 약속하고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해가 기울어가는 늦은 오후 제주 시내를 걷는 내내 삽상한 느낌이 떠나지 않는다.

 

모든 인연이 그렇지만 의자와 환자 인연은 비인과적 경우가 훨씬 많다정성 다했는데도 손가락 사이로 모래 새듯 사라지는가 하면별 느낌 없이 상투적으로 대했는데도 서로 배어들어 삶을 나누기도 한다. 늘 최선을 다하라는 말은 부담스럽다그때그때 있는 그대로 마주하면 그 뿐 아닌가 싶다누구도 그 다음 일 알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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