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 살피재 숲 길가에 핀 작디작은 꽃을 봤다. 익히 아는 노린재나무여서 일별하고 지나치려는 찰나 여섯 장 꽃잎에 눈길이 꽂혀 멈춰 섰다. 내가 잘못 알았나? 서둘러 한의원에 도착해 꽃잎 여섯 장인 봄꽃을 이리저리 찾아봤으나 없다. 내 기억을 분명히 하려고 오늘 아침 다시 그 꽃을 찾았다. 아뿔싸! 내 눈을 사로잡은 그 아이 딱 한 송이가 꽃잎 여섯 장으로 이루어졌다.
돌연변인가 보다 하고 일어서는데 가슴 한복판에서 딱! 하는 소리가 난다. "돌연변이는 없어! 다른 곡절이 있을 뿐이야!" 나는 그 자리에 못 박히듯 서서 한동안 꼼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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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회 어린이날이다. 내게는 평일(!)이라 7시 조금 넘어 출근해 인적 없는 한의원을 지키고 있다. 어린이날은 방정환이 일제 치하에서 우리 어린이한테 민족정신을 고취하려 제정했다. 30년 쯤 뒤에 유엔은 어린이에 대한 보편 복지를 목적으로 세계 어린이날을 만들었다. 11월 20일이다.
대한민국 어린이날은 세계 어린이날과 다른 곡절을 지니고 있다. 그 다른 곡절은 여기, 누가 기억하며 묻는가? 매판본진이 다시금 권력을 쥔 오늘, 누가 우리 어린이한테 자주민주정신을 고취하나? 다시 들여다보는 작디작은 꽃잎 여섯 장이 마냥 처연하다.